[뉴스핌=노희준 기자] "구조조정이 터지면 그냥 깨지는 거다"(농협은행 관계자)
농협은행이 지난해 4분기 '실적 쇼크'를 당한 것은 STX조선해양 충당금 직격탄 때문이다. 이미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이후 세번째 맞는 분기 적자다. 문제는 조선과 해운업 등 부실 여신의 충당금 폭탄이 지난 한 해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2015년 순익은 회사 추정치, 2012년 순익은 2012년 3월 2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
21일 뉴스핌이 확인한 결과, 농협은행은 지난해 4분기 2000억원 가량 적자를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순익도 2300억원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순익목표 6800억원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번 순익 4316억원을 4분기에 까먹는 것이다.
한해 순익이 2300억원 수준인 것은 금융지주의 은행 실적 수준과 비교하기 민망한 규모다. 리딩 뱅크 신한은행의 2014년 한해 순익 1조4500억원에 견주면, 한 분기 평균 순익(3600억원)보다도 못 한 것이다.
물론 특수은행인 농협은행을 시중은행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농협은행은 '명칭사용료'로 한해 3000억원 가량의 순익이 줄어든다. 이는 농협의 고유 목적사업인 농업인 지원을 위해 자회사가 농협중앙회에 매 분기 초에 '농협' 명칭 사용료로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충당금 문제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적자와 부진한 한 해 실적은 STX조선을 중심으로 한 부실여신의 충당금 '폭탄' 탓이다. 농협은행은 4분기 STX조선 여신 등에 대한 충당금으로 7000억원 가량을 추가로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의 STX조선 여신(선수급환급보증(RG)포함)은 1조5000억 규모인데, 지난해 12월 채권단의 STX조선에 대한 새로운 실사결과와 4530억원 추가지원이 결정되면서 건전성 분류를 기존 '요주의'에서 '고정'(20%~49%)이하로 조정하면서 충당금 쇼크를 맞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으로 경기민감업종 부실 여신의 충당금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런 부분을 작년으로 끝내야 하는데 아직도 조선과 해양에 대해 다 털어내지 못 했다"며 "앞으로도(올해 순익목표 6800억원)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금융지주를 통한 농협중앙회 배당을 유지해야 하기에 한번에 부실을 몽땅 털어내기 어렵다. 또, 구조조정 기업에 신규 지원이 이어지면 충당금 수요가 또 생긴다. 지난해 연말 STX조선 채권단에서 우리, 하나, 신한 은행 등 시중은행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발을 뺐지만, 농협은행은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잔류했다.
농협은행이 신경분리 이후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도 지난해 4분기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4년 1분기에도 350억원의 적자를, 그 직전 분기인 2013년 4분기에도 612억원의 손손실을 봤다. 이 역시 충당금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2014년 1분기 순손실은 STX그룹 관련 출자전환 주식의 손상차손과 충당금 추가 적립 탓이고, 2013년 4분기 적자 역시 STX조선과 팬택에 대한 충당금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한해 전체 충당금도 2013년 1조3100억원, 2014년 1조15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충당금도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타 시중은행 2배 수준"이다(농협은행 관계자)
농협은행 관계자는 "조선과 해운 등 경기민감 업종 여신을 한번에 털어내지 못하면 연차적으로 벌면서 털어내야 하는데 신규 지원을 하면 또 털어낼 수가 없게 된다"며 "조선과 해운 지원은 국책은행이 담당하고 농협은 농민 지원과 소매금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농협은행 손실은 주로 STX관련 된 것인데, 자신있는 분야에 집중하지 못 하고 뒤늦게 이것저것(기업금융) 손을 대다 시중은행에 좋은 업종은 빼기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에 크게 손실을 깔고 간다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