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가 약 13년래 최저치로 밀린 가운데 석유가 우유보다 싼 가격에 거래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이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유가를 둘러싸고 잿빛 전망이 제시되는 등 비관론이 팽배하다.
원유 굴착 장비 <출처=신화/뉴시스> |
20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원유와 우유 가격 비율이 0.5까지 하락해 2004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1갤론 당 원유 가격이 같은 분량의 우유 가격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의미다.
이날 장중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배럴당 26.19달러까지 밀렸다. 이는 2003년 5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1갤론 당 WTI 가격은 62센트로, 우유 값 1.18달러의 약 절반 수준에 거래되는 셈이다.
2014년 6월 이후 유가가 장기간에 걸쳐 바닥 없는 폭락을 보였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은 여전히 흐리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WEF에서 경제 석학들은 유가가 보다 장기간에 걸쳐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경제 전문가와 석유 업계 경영자들은 원유 시장이 새로운 악몽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원유 수요가 급감한 한편 석유 메이저들의 공급이 줄어들지 않고 있어 올해 유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날 IEA 역시 공급 과잉에 따른 유가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올해 3년 연속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렌코어의 토니 헤이워드 회장은 “에너지 업계의 공급 파동이 소멸되기 전까지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렵다”며 “원유 공급 과잉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악셀 베버 UBS 회장 역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가 원유 공급 과잉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가까운 시일 안에 유가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완만한 반등을 예상하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니엘 여진 HIS 부회장은 “하반기 유가가 현 수준보다 높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하지만 배럴당 60달러 혹은 그 이상의 유가를 예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경기 확장기 당시 수준으로 복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