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주요국 증시가 속속 베어마켓에 진입하고 있다. 매도 쓰나미가 지구촌 증시 곳곳을 쓸어 담는 양상이다.
20일(현지시각) S&P500 지수가 21개월래 최저치로 밀린 가운데 절반 이상의 종목이 베어마켓에 들어섰고, 일본과 런던 증시가 공식적인 약세장으로 밀렸다. 중국과 홍콩을 필두로 이머징마켓이 동반 급락한 한편 MSCI 세계지수가 역시 지난해 초 고점 대비 20% 이상 밀리며 베어마켓에 진입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이날 2.7% 하락하며 2주간 최대폭으로 떨어진 동시에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 앉았다. 지수는 연초 이후 12% 이상 하락, 1988년 이후 최악의 1월을 보내고 있다.
홍콩의 HSCEI가 4% 이상 하락했고, 사우디 아라비아와 두바이, 이집트 증시가 각각 5% 내외로 급락하는 등 지구촌 증시가 또 한 차례 도미노 급락을 연출했다.
저가 매수 움직임은 실종됐고, 주가 바닥을 가늠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글로벌 증시의 도미노 하락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고, 이미 1년 전 베어마켓을 경고했던 투자자들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올들어 미국과 유럽 증시가 약 10%에 이르는 낙폭을 기록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매도 근거를 찾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올해 유가 약세 전망과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배럴당 26달러 선 하락이 이날 전세계 주가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후퇴 및 자본 유출 우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부담 및 회복 둔화 등 그 밖에 요인은 새롭지 않은 재료와 지극히 심리적인 요인들로 수렴된다.
스티븐 슈와즈만 블랙스톤 최고경영자는 “수많은 현안들이 주가 급락의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악재를 한꺼번에 공격적으로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중국의 상황이 연초 주가 폭락과 패닉 매도를 얼마나 정당화할 수 있을까. 시선을 여기로 돌리면 다소 담담한 의견을 접할 수 있다.
필 올란도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 전략가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와 지속되는 유가 하락이 주가 하락의 빌미”라며 “엄밀히 말해 펀더멘털과 동떨어진 주가 조정”이라고 판단했다.
얀 덴 애쉬모어 리서치 헤드는 “투자자들의 비관론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장됐다”며 “중국은 매달 600억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고, 외환보유액이 3조3000억달러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악셀 베버 UBS 회장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중국 경제가 기울고 있고, 위안화 방어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여전히 다방면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베버 회장은 다보스 회담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중국의 경제 개혁 과정에 진통이 불가피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동반 하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주가 폭락의 정체가 글로벌 경제 후퇴를 반영한 것이기보다 새롭게 형성되는 구조에 수렴해 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중국 경제의 개혁과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 새롭게 펼쳐지는 구조적 변화에 금융시장이 보폭을 맞추고 있고, 여기서 패닉 매도와 변동성 확대가 초래됐다는 얘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는 “글로벌 증시 전반에 걸친 과격한 매도는 새로운 글로벌 여건을 받아들이고 여기에 맞춰가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며 “이 과정이 빠르게 마무리될수록 고통이 짧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및 증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