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뉴스핌 김선엽 기자] "홍하이는 왜 여러 글로벌 IT서비스 업체 중에서 SK를 선택한 것입니까"('홍하이 그룹의 중국 충칭 공장 스마트팩토리 시범 구축 사업' 기자설명회 중)
SK㈜ C&C가 대만 홍하이 그룹의 중국 충칭 팍스콘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수출하기로 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 C&C는 1991년 창사 이후 꾸준히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 왔지만, 한국에서는 3위 사업자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수출하는 스마트팩토리 분야는 이제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보수적인 홍하이 그룹이 선뜻 자신의 팍스콘 공장을 SK㈜ C&C의 레퍼런스가 되도록 허락한 데에는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 궈타이밍(郭台銘) 대만 홍하이 그룹 회장의 돈독한 관계가 있었다.
홍하이 그룹 궈타이밍 회장(사진 왼쪽, 출처:바이두)과 SK 그룹 최태원 회장(출처:SK 제공) |
지난 20일(현지시간) SK㈜ C&C와 홍하이 그룹의 계열사인 '맥스너바'는 중국 충칭시 로터스 호텔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스마트팩토리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맥스너바'는 홍하이 그룹의 IT 전문 자회사로 SK㈜ C&C가 맥스너바를 통해 홍하이 그룹의 충칭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수출하는 방식이다.
홍하이 그룹은 매출 148조원, 계열사 600개, 종업원수 120만명 규모 초대형 회사다. 아이폰 제조업체인 팍스콘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중국 충칭 팍스콘 공장의 24개 프린터 라인 중 1개 라인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오는 5월 마무리된다.
양사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이후 충칭 공장 24개 전(全)생산 라인으로 확대하며 또 전 세계에 위치한 홍하이 공장에 이를 적용한다는 포부다.
SK 그룹과 홍하이 그룹의 밀월 관계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015년 5월 홍하이 그룹과 SK㈜ C&C는 각각 7:3의 비율로 총 720억원을 투자해 FSK홀딩스라는 IT서비스 합작기업을 홍콩에 설립했다. 이번 프로젝트도 그 연장선상이다.
또 지난해 9월에는 SK텔레콤이 팍스콘 공장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루나폰을 출시해 업계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SK 최 회장과 홍하이 궈타이밍 회장의 관계인데 둘은 수년 전 다보스 포럼에서 만나며 각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6월에는 궈 타이밍 회장이 최 회장으로부터 SK C&C 지분 4.9%를 3810억원에 매입하며 둘 간의 파트너십이 주목을 받았다. 당시 궈타이밍 회장이 의정부교도소를 찾아 최 회장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최 회장 역시 특별사면 이후 첫 출장길에서 대만을 들러 궈타이밍 회장을 만나 2시간 동안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둘 간의 꽌시(關系)는, 중국 시장 진출에 목마른 SK 최 회장의 절실함과 제조업을 넘어서 IT서비스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홍하이 궈타이밍 회장의 포부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SK㈜ C&C 관계자는 "2014년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SK C&C 지분을 홍하이가 인수했는데 그 사업 지분을 통해서 두 기업이 공고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하이 그룹 관계자는 SK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홍하이와 맥스너바 그리고 SK가 기술적으로 협력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며 "통신과 의료, 반도체 등에서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하이 그룹에서 SK 그룹에 투자한 지분이 있기 때문에 밀접한 관계"라며 "SK가 가지고 있는 핵심기술과 맥스너바의 중국 현지 역량을 합치면 스마트팩토리에서 가장 크고 가장 좋은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둘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데다가 결과물 역시 성공적인 만큼 양사의 협력적 파트너십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K㈜ C&C입장에서는 중화권은 물론이고 전 세계 100여 곳에 위치한 홍하이 공장에 IT서비스 기술을 수출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또 장기적으로는 매출 규모 150조원대인 홍하이 그룹의 물류 업무처리 아웃소싱(BPO)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홍하이 입장에서도 SK로부터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아 제조업과 서비스를 망라하는 글로벌 IT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우리 SI 업체들이 해외 업체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듯이 홍하이도 비슷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