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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정연주 기자] LG전자(AA0)가 만기 10년 이상인 초장기 회사채 발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은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이를 사야할 투자기관들의 의구심은 여전히 크다. 휴대폰 가전 등 LG전자 주력제품이 속한 업종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10년물 이상의 장기물 회사채를 발행한다"며 "구체적인 트렌치 구성은 실적 발표(26일) 이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회사채 발행은 약 1년 만이다. 다음 달 중순 발행 예정으로 규모는 총 3000억원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매년 1조원 이상 발행했지만 지난해 2월 7500억원을 발행한 이후 멈췄다. 실적 악화로 발행 과정 자체가 부담이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당장 올 상반기에만 2월 600억원, 5월과 6월 각각 1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 가운데 이번 발행에서 장기물 트렌치가 어떻게 구성될 것이냐는 게 시장의 관심사다.
지난 2013년 이후 15년물 이상 초장기물을 발행한 곳은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제외하면 KT, SK텔레콤과 LG전자가 전부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5월에 15년물 회사채 300억원 어치 발행을 처음 시도해 600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희망공모금리 밴드는 -30~0bp(1bp=0.01%p)였다. 이후 해당 발행 규모를 600억원으로 늘렸으며 개별민평금리 대비 0.20%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됐다.
이훈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LG전자를 포함한 초장기물 발행 잔액은 500억~1000억원 사이로 물량이 크지 않다"며 "이번 발행에서 트렌치가 어떻게 구성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장기채는 항상 부족한 상황이라 보험사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리가 눌려 있는 상황인데,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같은 주요 이슈도 지켜봐야 할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사들, 크레딧물 보수적 입장 여전..주력산업 부진 우려
결국 장기채를 사 줄 보험사들의 입장이 중요해졌다. 마침 보험사들은 2020년 도입될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최종안으로 인해 장기물 투자가 긴요해졌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회사채 투자에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A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 중에서도 크레딧 장기물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AA급 이하 5년물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운 곳도 있다"고 전했다.
B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들은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맞추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며 "만기가 긴 채권 운용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크레딧물은 리스크가 커 국채나 공사채 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LG전자 회사채 투자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KT(AAA)가 장기물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반면 지난해 말 같은 등급인 SK텔레콤 15년물은 미매각을 기록했다. 같은 등급내에서도 차별화를 보이고 있단 얘기다.
C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LG전자가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다"라며 "당장 캐리 수요가 많아 미달되진 않겠지만 등급 하향 우려도 심심찮게 제기돼 쉽사리 손을 대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과 별개로 핸드폰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뒤쳐지고 있어 전방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앞선 B보험사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10년물 이상으로 베팅하기엔 핸드폰 등의 주력 산업이 어렵단 측면에서 부담스럽다"며 "당장 5년 뒤도 불투명하다는 판단이다"라고 강조했다.
D증권사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국내 경기가 좋지 않고 휴대폰 등 대외 분위기도 나빠 양방향이 다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디폴트가 발생할 회사는 아니라 회사채 수요가 없진 않겠지만 과거대비 금리밴드 상단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IB업계 관계자는 "이날 발표될 실적이 생각보다 좋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며 "미매각은 안 될 것 같으나 장기물 발행을 원하는 회사와 달리 시장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있어 투자자 분위기를 보며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