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세계 주요 소매업체들의 채권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업체에 장기간 투자해 온 사모펀드들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기업가치 개선을 통해 매각 차익을 노렸던 사모펀드들이 투자 업체들의 실적 부진과 악화된 시장 상황으로 기업 공개, 3자 매각 등 차익 실현의 통로가 막혔다는 분석이다.
26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채권 거래 플랫폼 마켓엑세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미국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와 신발 브랜드 나인웨스트의 채권 가격이 발행가보다 70% 이상 떨어진 27센트, 23센트를 각각 기록했다. 또 화장품 업체인 클레어스스토어즈와 유아용품 업체 짐보리의 가격도 30% 넘게 떨어졌으며 토이러저스 채권 가격은 지난해 12월 69센트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 같은 채권 가격 하락은 소매 업체들의 불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경기 둔화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들 업체의 실적 악화가 장기간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여기에 장기간 투자해 온 사모펀드들의 손실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주요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소매업체를 인수한 사모펀드들의 투자 기간은 보통 5년 이상인데, 업황 부진이 지속하면서 기업공개(IPO) 기회와 매각 대상자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업체들이 지고 있는 과도한 부채도 부담 요인이다.
베인캐피탈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지난 2005년 토이로저스를 인수한 뒤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다.
레오나드그린파트너스와 TPG의 경우, 2014년 당시 제이크루의 IPO와 매각 방안을 고려했지만 둘 다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제이크루는 5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Z 캐피탈파트너스의 짐 젠니 최고 책임자는 "시장에서는 업체들의 기업공개를 꺼리고 있다"면서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업체들의 매각에는 선택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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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인수자금 모집 환경도 사모펀드들의 매각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부분 투자은행이 매각 기업의 부채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의 6배를 넘을 경우 인수 금융 지원 작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이러저스의 경우 부채가 54억달러로 늘어난 상태이며 내년에는 12억달러 규모의 부채가 만기 도래한다.
클레어와 짐보리의 부채의 경우 현재의 경영 상태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무디스는 전했다.
업체들의 파산 가능성도 한 층 높아졌다.
무디스는 레오나드그린이 보유한 "스포츠 어쏘리티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번달 초 채권의 이자 지급을 맞추지 못한 어쏘리티의 신용등급을 Caa3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은행 자문회사 GLC 어드바이저의 소렌 레이너슨은 "크레딧 시장의 유동성 부족과 소매업체들의 부채 수준을 고려해봤을 때, 올해 소매업체들의 파산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레오나드그린과 KKR, 아폴로매니지먼트는 이에 대해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