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가를 포함한 상품 가격 하락에 신흥국보다 미국 기업들의 저항력이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기등급 회사채의 디폴트율이 이머징마켓보다 미국에서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된 것. 미국의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일반적인 시장의 견해와 어긋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28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기준으로 투기등급 회사채의 12개월 디폴트율이 미국의 경우 3.4%로 집계된 한편 이머징마켓의 수치가 3.1%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수년간 이머징마켓의 정크본드 디폴트율이 미국보다 높았지만 역전이 발생한 셈이다.
특히 최근 3개월 사이 미국의 정크본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가 하락이 멈추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에너지 섹터를 중심으로 리스크가 높은 투기등급 채권에서 발을 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환불능 위험이 높은 기업이 발생한 회사채의 ‘팔자’가 봇물을 이뤘다.
또 투자자들이 자금 상환에 앞다퉈 나선 데 따라 펀드매니저들이 에너지 섹터 이외 정크본드 매도 압박을 받았고,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의 가격 하락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에너지 이외 섹터 역시 기업들이 채권 원리금 상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이 투자자들 사이에 번진 것도 관련 채권 가격 하락 및 디폴트율 상승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이머징마켓의 디폴트율이 미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은 것은 마찬가지라고 BOfA는 지적했다.
양측의 디폴트율이 2014년 이후 동반 상승한 데서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말 미국과 이머징마켓의 디폴트율은 각각 1.5%와 1.8%에 그쳤다. 1년 사이 디폴트율이 두 배 뛰었다는 얘기다.
한편 일부에서는 달러화 강세가 미국 기업의 디폴트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얀 덴 애쉬모어 리서치 헤드는 “강달러가 미국 기업들의 매출액과 이익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고, 이는 유가 및 상품 가격 급락과 맞물려 기업 재무건전성에 커다란 흠집을 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