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그동안 일본 계열사들의 주요 지분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고 '기타주주'로 공시해 실체를 감춰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는 롯데그룹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롯데의 해외계열사 소유현황을 분석해 1일 공개했다.
롯데의 해외계열사 유형은 ▲일본롯데를 중심으로 동일인(그룹 총수) 신격호와 그 친족이 지배하는 해외계열사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한국·일본 외 해외계열사 ▲국내 기업집단 롯데가 지배하는 해외계열사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 롯데 주요 계열사 11곳 일본계열사 지분 '감추기'
롯데는 16개 해외계열사를 통해 국내 11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텔롯데(99.3%), ㈜부산롯데호텔(99.9%), 롯데물산㈜(68.9%), 롯데알미늄㈜(57.8%) 등 4개사는 해외계열사 지분이 과반수를 넘었다.
또 한국롯데 86개 계열사의 전체 자본금(4조3708억원) 중 해외계열사가 소유한 주식가액(9899억원, 액면가 기준)이 22.7%에 달했다.
대부분 ㈜롯데홀딩스가 직접 출자하거나 ㈜롯데홀딩스가 소유·지배하고 있는 12개 L투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출자(5059억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그동안 이 같은 내용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주주 실명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고 기타주주로 공시하는 등의 허위공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공시를 한 롯데 계열사는 호텔롯데(해외계열사 지분율 99.28%), 부산롯데호텔(99.99%), 롯데물산(68.85%), 롯데알미늄(57.76%), 롯데로지스틱스(45.34%), 롯데리아(10.45%), 롯데정보통신(10.45%), 롯데케미칼(9.3%), 롯데푸드(4.34%), 롯데캐피탈(1.92%), 롯데건설(1.52%) 등 11곳이다(표 참고).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
◆ '일본기업' 감추기…의도적인 허위공시 의혹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이 같은 허위공시는 단순한 실수라기보다는 그룹차원에서 의도적인 '감추기'로 분석된다.
다만 공정위는 탈세나 기타 불법행위를 위한 목적보다는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롯데측이 허위공시한 이유나 고의 여부는 아직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고,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검찰고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아마도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감추기 위해서 허위공시를 한 것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핵심 주력회사인 호텔롯데는 광윤사 등 일본계열사 14곳의 지분 99.28%를 기타주주로 공시해 실체를 감췄고, 부산롯데호텔도 일본 계열사 9곳의 지분 99.99%를 기타주주로 공시했다.
롯데물산과 롯데알미늄 등 다른 계열사 9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가 '한국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처럼 주요주주의 실체를 감춘 것은 일본기업 이미지를 우려해 숨긴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정위도 소수주주도 아니고 과반이 넘는 지분을 기타주주로 공시한 것은 의도적인 감추기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곽세붕 국장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동일인 신격호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 미·허위제출, 롯데 계열사 11개사의 주식소유현황 허위신고 및 허위공시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사건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