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우여곡절 끝에 현대그룹의 추가 자구안이 받아들여지면서 현대상선이 회생할 마지막 기회를 갖게 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
그러나 수익성 악화를 유발하는 용선료 문제와 공모·사모사채,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조정이 선결과제로 지적된 만큼, 향후 결과에 따라 현대상선의 존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2일 현대상선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매각 등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확정하고 자체 경영정상화를 적극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2013년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 발표 이후 계열사 및 주요 사업을 매각하면서 현대상선의 유동성 회복에 힘썼으나, 업황 악화로 추가 자구안을 마련하게 됐다.
현대상선은 1976년 현대그룹 계열사로 세워진 아세아상선이 모태로 유조선(VLCC) 3척을 기반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1980년 자동차 전용선인 현대1호가 취항한 뒤 동해상선, 신한해운, 고려해운 등을 차례로 흡수하며 외형 성장을 거듭했다. 이후 1990년엔 국내 최초로 LNG선 운항선사로 선정됐으며 1995년 10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1998년에는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사업 주체로 선정되면서 금강산 유람선 운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이후 2007년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26.68%를 매입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현대그룹과의 경영권분쟁이 발생했다. 현대그룹은 유상증자 등으로 현대상선 우호지분 40% 이상을 확보하면서 경영권을 방어했다.
현재 현대상선은 2015년 9월 기준 전세계 4개 본부, 22개 법인, 66개 지점을 두고 컨테이너 운송, 벌크화물 운송 등의 사업을 영위하며 연매출 7조원을 달성하는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해운업황 악화로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자 현대그룹은 2013년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고강도 자구안을 발표했다.
자구안 발표 후 1년 반만에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와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부문 등 계열사 및 자산매각, 유상증자, 자기자본 확충, 외자유치 등으로 작년 12월 말 3조5822억원을 확보하면서 108.6%의 이행률을 보였다.
그러나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고 현대상선 실적이 적자를 거듭하면서 유동성 회복은 요원해졌다. 더욱이 해운 업황이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은 추가 자구안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최근 4년간 적자행진 중이다. 2012년 연결 기준 영업적자는 5096억원, 2013년 3627억원, 2014년 2349억원을 기록했으며 작년에도 2000억원대의 적자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상선은 당장 오는 4월 말과 7월 말 만기가 도래하는 2208억원, 2992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중 반드시 갚아야 하는 공모채는 4월 1200억원, 7월 2400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부채 규모는 6조3144억원이며, 부채비율은 980%다.
정부는 12억달러(1조45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조선·해운업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박펀드를 지원받기 위해선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춰야 하며, 부채비율을 내리기 위해선 7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이 필요해 자격요건을 갖추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에 현대그룹은 지난 29일 채권단에 현대증권 재매각과 현정은 회장의 개인 사재 출연, 부산신항만 터미널 등 자산 추가 매각을 포함한 자구계획안을 전달했다.
채권단이 자구안을 받아들이면서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등 금융3사 공개매각, 벌크전용선사업부 매각(12척),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매각(50%+1주) 등 자산매각과 용선료 인하 추진 및 채무 재조정(신용채권, 담보채권 등)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그룹측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이번 자구안만으로 유동성 우려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채권은행 등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