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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박민선 기자] 지난해 4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이 나오면서 달라진 증권업계 민낯이 드러났다. 자기자본 규모 1위인 NH투자증권이 적자를 기록하고 고객예탁자산(175조원) 1위인 삼성증권이 순익 급감으로 체면을 구겼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대형사들을 따돌리며 신흥강자의 위용을 보여줬다. 올해 1분기 역시 국내외 다양한 변수들로 난관이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먹거리 창출 여부에 따른 증권업계 판도 변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2일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4%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850억원으로 57%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5% 증가한 581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81% 늘어난 4051억원으로 집계됐고 당기순이익도 99% 증가한 2873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100%가 넘는 이익증가세를 기록, 업계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 분기까지 실적 개선세를 주도했던 기업금융 부문에서의 수익성 강화가 이번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들어 매분기 기업금융 부문(PF본부, IB본부, 종금사업본부) 순영업수익에서 성장세를 보이며 3분기 누적 기준 265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유상증자를 통해 영업에 활용가능한 자본이 늘어난 만큼 이같은 실적 개선세는 올해도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3분기까지 2264억원의 누적순이익을 기록했던 NH투자증권은 4분기 113억원의 적자를 내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2151억원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증권 역시 4분기 순이익이 전분기대비 절반 수준인 218억원으로 급감했다. KDB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들 증권사들은 시장 악화로 인해 위탁매매 수수료 부문의 수익이 감소하고 파생결합증권(ELS) 등의 금융상품판매를 통한 수익 감소 및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평가손익 등 악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10조3000억원 규모였던 거래대금이 증시 악화로 인해 4분기 8조원대로 급감했다. ELS 발행량 역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비롯해 주요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1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객예탁자산 기준 175조원과 135조원의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이 10조5000억원에 불과한 메리츠증권에게 역전을 허락한 것은 새로운 수익모델 확보가 필요하다는 증권사들의 과제를 증명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 평균 위탁매매 비중은 58.4%인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위탁매매 비중은 28.9%에 불과하고 IB부문에서 51.5%의 수익구조를 확보했다. 결국 이 같은 특화된 수익 구조가 시장 부침에 따른 브로커리지 및 금융상품판매 감소 여파를 피할 수 있었던 대안이 됐던 것.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시장 위축으로 대부분 증권사들이 상반기에 벌어놓은 돈을 까먹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쉽지 않은 장이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메리츠증권이 종금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기존의 정형화된 증권사 수익구조와 차별화한 것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증권업 본연의 구조를 기반으로 하되 시장의 부침을 상쇄시킬 수익원 확보 차원에서 IB부문을 포함해 다각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