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상장지수증권(ETN)이 최근 위기에 처한 주가연계증권(ELS)의 구원투수로 등장한다. 오랫동안 투자자 인기를 끌어온 ELS가 연초부터 이어진 중국 증시 급락세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 이를 대체할 투자상품으로 ETN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상반기까지 ELS보다 안전한 '손실제한형 ETN' 상품을 내놓겠다고 최근 밝혔다. 투자자들은 오는 7월 정도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ETN 상품을 장내에서도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미영 유가시장본부 상품마케팅팀장은 "ELS는 기존에 증권사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수익이 확정, 수익 폭은 제한적이지만 조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 원금 100% 손실 가능성도 있다"며 "이 구조가 투자자들에게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고민에서 ETN 상품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LS는 최근 몇 년 사이 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며 저금리 시대에 적합한 상품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하지만 홍콩H지수 폭락 등으로 2조원대 원금손실구간(녹인, Knock-In)에 들어서는 등 최근 시장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장외서 거래되고 있는 ELS는 확정 조건에 따라 금리 이상의 초과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지만 이를 맞추지 못할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문제가 되는 부분 역시 기초자산의 하락폭이 커지면서 녹인 구간에 진입할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도 커진다. 뿐만 아니라 코스피200지수, H지수, 유로스톡스50 등 기초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투자자들이 상품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결국 이같은 ELS의 단점을 보완, 보다 안전하면서도 비슷한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고 투자자 이해가 쉬운 상품을 내놓겠다는 게 거래소 취지다.
손실제한형 ETN은 '녹인'이 없는 구조다. 투자자들이 손실과 이익 구간을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기초지수를 한 가지만으로 구성하고 -30%까지 손실제한폭도 마련된다.
예정대로 오는 7월부터 손실제한형 ETN 거래가 가능할 경우,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가능성과 복잡한 상품구조 등 ELS의 단점을 보완한 투자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또 장외 ELS 대신 손실제한형 ETN 거래시 기존에 발생하는 장외 매매거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시간 거래와 지표 산출도 가능해짐에 따라 투자자의 편의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거래소는 해당 상품 거래를 위한 시스템 구축과 매매제도 및 상장요건 등 제도 개선을 위해 금융당국과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또 현재 ETN 발행 요건을 충족, ETN 발행이 가능한 증권사 9곳과도 상품 출시를 협의 중이다. 현재 증권사의 ETN 발행 요건은 자기자본 1조 이상, 종합투자인가 보유, 장외파생상품 투자매매인가 3년이상, 영업용 순자본비율 200% 이상 등이다.
해당 협의가 지난해부터 계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상반기 내 ETN 상장은 무리없이 가능할 전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ELS가 등장하고 지수가 최근과 같이 안좋은 상황이 없었기 때문에 ELS의 안전성이 강조돼 왔던 것"이라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다는 것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최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