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극심한 저유가에도 미국 석유업체들의 산유량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잴 곳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석유 업체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철회하거나 보류했지만 미국 원유 재고량은 사상 최고치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저장 시설을 찾지 못하는 기업들이 원유를 헐값에 방출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고, 이 경우 유가 하락 압박을 높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상업용 원유 재고량이 5억300만배럴에 달했다. 이는 연중 2월 초를 기준으로 80년래 최고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제 유가가 2014년 6월 배럴당 107달러에서 30달러 내외로 떨어졌지만 산유량 감소는 미미한 수준이다.
EI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석유 업체들의 생산량이 하루 932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1% 늘어난 수치다. 또 지난해 4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비해서도 4% 줄어든 데 그친 것이다.
이와 관련, 골드만 삭스는 4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원유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라고 밝히고, 원유 재고 규모가 통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EI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 오클라호마의 원유 저장 시설이 87%까지 가동되는 상황이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가까운 수치다.
매튜 스미스 클리퍼데이터 이사는 “대표적인 원유 저장고인 오클라호마의 탱크가 차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며 유가에 커다란 영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미국에 제한되지 않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그 밖에 주요 산유국이 원유 감산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급 과잉은 이미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은 상황.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전세계가 원유에 침몰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공급 과잉이 하루 150만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 회원국은 유가 폭락에 따른 재정난에도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해 생산 시설을 전력 가동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 랠리했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이날 장 초반 3% 가량 추가 상승하며 배럴당 33달러 선을 회복했으나 과잉 공급 우려가 번지면서 후반 하락 반전, 1.7% 떨어진 31.72달러에 마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