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태희 기자] 11일 오후 5시5분이 막 지나고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모두 발언을 마무리 할 무렵 개성공단기업협회 긴급 이사회 장소는 술렁였다. 이사회에 모인 개성공단 대표 약 30명은 박 회장의 모두 발언은 한 귀로 듣고 있었다. 그들이 노려본 것은 스마트폰의 작은 액정. 기사 한 줄을 확인하기 위해 그들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박 회장 모두 발언이 끝나면 이사회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안건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옆에 있는 임원이 스마트폰으로 한줄짜리 기사를 보여줬다. 정 회장의 낯빛은 순식간에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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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꾹 다문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정 회장 입에 이목이 쏠렸다.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럴수록 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사회 진행하겠습니다. 기업 관계자 외 기자들은 전부 퇴장해주세요. 공식 질문은 브리핑 끝나고 받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이사회 끝나고 공식 질문을 받겠습니다."
이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긴급 이사회장 분위기가 무겁게 바뀐 순간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한 긴급 임시이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당초 협회는 이사회에서 입주 기업들의 요구 상항을 들을 예정이었다. 이를 모아 하나로 정리하고 정부에 요구 사항을 전달한다는 일정표도 마련해뒀다.
13일까지 못 박은 철수 시한을 1~2주 늦춰줄 것. 회사 한곳당 1대만 출입 허용한 화물차를 확대할 것.
긴급 이사회가 열리기 약 1시간30분 전인 오후 3시30분. 기자 상대로 긴급 설명회를 열고 협회 관계자들이 두번 세번 강조한 내용이다. 피해 보상, 보험금, 대출확대, 대체 공장 부지 제공 등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협회 관계자는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긴급이사회 도중 터진 속보에 이사회 안건은 무용지물이 됐다. "연휴 마지막날 회사 하나에 차 1대만 허용,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게 얼마나 서러운 건지 절실히 깨달았다. 우리는 절벽에 간당간당 매달려 있다." 긴급이사회 모두 발언 중 정 회장이 토한 한 마디가 이사회에 참석한 기업 대표들 귀를 때렸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