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은행주가 동반 랠리했다. 감산에 대한 기대에 유가가 10% 이상 뛰자 부실 여신에 대한 우려에 폭락했던 은행주 역시 날개를 달았다.
월가의 ‘큰손’들도 은행주 바닥을 선언하는 움직임이다. 헤지펀드가 적극적인 ‘사자’에 나선 데 이어 핌코가 은행채 베팅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의 주범으로 지목된 국부펀드 역시 이번주 은행주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이체방크 <출처=블룸버그통신> |
12일(현지시각)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17% 가까이 뛰었고, 도이체방크 역시 9% 랠리했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가 8% 급등했고, 스탠다드 차타드와 UBS도 각각 6.5%와 4.6% 올랐다.
자유낙하를 방불케하는 폭락을 연출했던 유럽 은행주가 이날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연초 이후 낙폭을 회복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도이체방크가 여전히 연초 이후 33% 떨어진 상태이고, 그리스 은행주는 반토막이 난 실정이다.
미국 은행주도 강세 흐름을 탔다. 골드만 삭스가 장중 3% 내외로 올랐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6% 가까이 뛰었다.
씨티뱅크가 장중 6% 이상 치솟았고, 웰스파고와 모간 스탠리가 각각 5% 내외로 상승했다.
지수 하락을 주도했던 은행주가 급반전을 이룬 것은 유가가 약 13년래 최저치에서 강하게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장중 한 때 10% 가량 폭등하며 배럴당 29.66달러까지 올랐다.
일부 산유국이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면서 유가 급등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날 강세 흐름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에 대해 투자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피터 도노반 리퀴디티 에너지 브로커는 “감산 합의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실망스러운 결과가 뒤를 잇는다”며 “유가가 약 13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데 따라 반등이 나왔지만 추세적인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가 향방에 대한 논란과 무관하게 투자자들 사이에 은행주에 베팅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저유가와 상품 가격 하락에 따라 일정 부분 타격이 발생하더라도 주가 하락이 지나치다는 것.
헤지펀드 업계가 은행주 매입에 나선 가운데 채권 펀드업체 핌코는 은행권이 발행한 채권을 사들이고 나섰다.
마크 키셀 핌코 글로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6~7년간 신용시장에 최근과 같이 흥분할 만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며 “금융위기나 은행권 부실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크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스위스를 중심으로 은행 채권을 늘리고 있으며, 금융채 전반에 대해 ‘비중확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 시선을 끄는 것은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움직임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이번주 크레디트 스위스(CS)의 지분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예상보다 큰 폭인 58억프랑의 손실을 낸 데 따라 CS는 이번주에만 12%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했고, 올들어 40% 폭락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5.0%에 못 미쳤던 CS의 지분을 5.03%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글로벌 은행주 폭락이 국부펀드의 투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가운데 나타난 것이어서 시선을 끌고 있다.
한편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가 50만주에 달하는 주식 매입에 나섰고, 도이체방크는 채권 바이백을 실시하는 등 은행권에 자구책이 확산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