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 국채에 이어 회사채 시장으로 마이너스 금리의 전염이 두드러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내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부양책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수익률 하락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1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유럽의 투자등급 회사채 규모가 1050억유로(114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는 2조7000억유로 규모의 투자등급 회사채 전체 유통 물량 가운데 약 4%에 이르는 수치다.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진 우량 채권은 불과 3주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는 국채가 7조유로를 돌파, 전체 물량 3조1000억유로 가운데 약 43%까지 늘어난 가운데 비전통적인 현상이 회사채 시장으로 급속하게 전이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오프’ 심리가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유로존 경제가 재차 디플레이션에 빠져드는 등 실물경기 한파가 그치지 않는 데다 ECB가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부양책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채권 금리 추가 하락에 대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율 기준으로 0.2% 하락했다. 1월 0.3% 오르는 데 그쳤던 물가가 내림세로 반전한 셈.
오는 9~10일 이틀간 열리는 회의에서 ECB 정책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2015년 3월 물가가 떨어졌을 당시 ECB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전격 단행한 바 있어 이번에도 정책자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2월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 물가가 0.7% 오르는 데 그치며 10개월래 최저 수준을 나타낸 데 따라 ECB를 향한 압박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호워드 아처 HIS 글로벌 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유로존의 완만한 수준의 디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지속될 여지가 높다”며 “전반적인 거시경제가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물가를 압박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외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유럽 의회에 전달한 서신을 통해 내주 열리는 회의에서 기존의 부양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1조5000억유로(1조60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연초 신흥국 경제 성장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금융 및 상품시장 변동성 확대, 이에 따른 유로존 경기 하강 리스크를 감안해 재검토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드라기 총재는 서신에서 현재와 같은 거시경제 여건 속에서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당초 기대보다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