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 정부가 벤치마크 10년물 국채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행했다. 지난 1월 마이너스 금리 시행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일본이 ‘금융의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번지고 있다. 선진 7개국(G7)의 10년물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이번 국채 입찰에 참여한 이들이 대부분 투기거래자 및 단기 매매에 집중하는 딜러로, 일본 국채가 안전자산이 아닌 단기 투기 거래 자산으로 전락한 셈이라는 데 있다.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극심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따른 금융시장의 왜곡이 걷잡을 수 없는 영역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번지고 있다.
1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조2000억엔(194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를 만기 수익률 마이너스 0.024%에 발행했다.
발행은 성황을 이뤘다. 뭉칫돈이 밀려들면서 ‘사자’가 입찰 물량의 세 배를 웃돌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들이다. 일본 연기금과 은행권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이번 국채 발행에 멀찌감치 거리를 뒀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파악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에도 입찰에 베팅한 것은 대부분 투기거래자들로, 단기 매매를 통한 차익 실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국채 수익률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상승할 때 차익을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만기 보유는 처음부터 계획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일본은행(BOJ)에 발행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할 의도가 깔린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투기거래자들이 뛰어들면서 국채 변동성을 높이는 한편 수익률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오사키 슈이치 채권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투기거래자들이 유통시장 매매에 가세하면서 시장금리를 왜곡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노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일본 국채가 더 이상 적정 가치를 기대할 수 없는 투기 자산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국채 입찰 참여가 일종의 숏커버링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50%에 이른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
수기사키 고이치 모간 스탠리 채권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를 통해 “딜러들은 이미 일본 국채에 대해 숏포지션을 취했고, 이날 입찰에서 국채를 매입한 것은 숏커버링에 해당하는 거래를 실시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채 수익률은 날로 0%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지난달 29일 0.11%까지 하락한 뒤 완만하게 반등했고, 영국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각각 1.8%와 1.3%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