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키고 하고 7 대1 감자를 결정하면서 모든 키는 채권단 손으로 넘어갔다. 채권단의 선택지에 따라 현대상선의 회생, 법정관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회생 과정에서도 채권단의 출자전환 비율과 규모, 대주주 차등감자 여부에 따라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현정은 회장 <사진=현대그룹> |
현대상선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현 회장 등기이사 사임 및 감자안을 오는 18일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결정했다. 주총에서 현 회장과 김명철 상무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김정범 전무와 김충현 상무를 신임 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번에 현정은 회장이 현대상선의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것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마련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이 보다 중립적인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통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정은 회장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지만 지난번 300억 사재출연과 같이 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은 아울러 7 대 1 감자도 결정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기준 비지배 지분을 제외한 자본총계를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 36.8%로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다. 감자가 이뤄지면 현대상선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난다.
현대상선은 "자본잠식률 50% 이상 상태가 2년 연속 발생하면 상장폐지 요건이 되기에 이를 선제 대응하고자 주식 병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차등감자가 아닌 균등감자기 때문에 당장 대주주 지분에는 변화가 없다. 현대상선의 1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지분율 19.54%), 현대엘리베이터의 1대주주인 현 회장(지분율 8.7%)의 구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제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출자전환 등을 통해 현대상선이 회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느냐, 아니면 법정관리도 불사할 것이냐 여부다. 출자전환을 통해 회생 쪽에 무게를 두더라도 현대상선 경영권은 채권단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출자전환 조건으로 용선율(배를 빌려온 대금) 조정과 추가 자구안에 대한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영업으로 돈을 벌어도 용선료를 내느라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자본 확충을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출자전환 비율이 관건이지만 출자전환 조건으로 추가적으로 대주주 차등 감자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자전환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인데 채권단 출자전환 규모에 따라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면서 "순차적으로 출자전환을 할 경우에도 차등감자(대주주 감자)의 전제가 또 하나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채권단협의회에서 또 다른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 "과거 채권단이 금호산업을 가져갈 때도 출자전환하면서 대주주 감자를 통 지분율 낮춰 채권단이 가져온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의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상선은 회사채 투자자 등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회생계획안에 대해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사채권자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채권은행 증자도 불가능하고 결국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