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헤븐’으로 꼽히는 금과 미국 및 일본 국채가 탄탄한 상승 추이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상품 시장부터 정크본드, 주식까지 위험자산이 강세 흐름을 연출해 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주요 자산시장에 소위 ‘리스크-온’ 심리와 ‘리스크-오프’ 움직임이 혼재된 것은 글로벌 경기 향방을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금에 집중 투자하는 SPDR 골드 트러스트 상장지수펀드(ETF)와 정크본드 투자에 주력하는 아이셰어 아이복스 하이일드 본드 ETF가 나란히 6%를 웃도는 상승을 기록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지난 7일 22.2bp 급락, 마이너스 0.458%까지 밀린 상황. 이날 낙폭은 2013년 이후 최대치에 해당한다.
이 밖에 엔화와 미국 및 독일 국채 등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채권과 통화가 강한 상승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주식과 원자재 등 위험자산 역시 최근 모멘텀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이머징마켓 주식 역시 훈풍을 내고 있다. 뱅가드 FTSE 이머징마켓 ETF가 최근 1개월 사이 약 10%에 이르는 상승 기록을 세웠다.
철광석을 포함한 상품 시장의 강세가 숏커버링에 따른 것이라고 보더라도 최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동반 랠리는 이례적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2012~2014년 엔화가 매년 두 자릿수의 하락을 기록했을 때 뉴욕증시의 S&P500 지수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사이 S&P500 지수가 7%를 웃도는 상승을 기록한 한편 엔화 역시 달러화에 대해 3% 뛰었다.
일차적으로 투자자들은 헷갈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어 본질적으로 상반되는 두 가지 자산으로 동시에 ‘사자’가 몰리는 것은 금융시장의 향방은 물론이고 주요국의 경기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바딤 즐로트니코프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금융시장과 글로벌 경제의 방향이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실상 경제 지표가 크게 엇갈리며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고용과 소비자 지출 등 미국 주요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반면 중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 전문가는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위험자산의 투매가 일정 부분 진정된 동시에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면서 최근 가격 움직임의 기현상이 초래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부자연스러운 현상은 또 있다. 미국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오히려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의 경기 판단 역시 서로 엇박자를 내는 정황으로 풀이된다.
보리스 슐로스버그 BK 애셋 매니지먼트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를 통해 “국채와 외환시장에 매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단기물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의 탈동조화는 미국 경기 개선 및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허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