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엽문' 시리즈 완결판인 '엽문3: 최후의 대결(엽문3)'이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영화 박스오피스 기록 조작설이 제기되며 문제가 되고 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투자사들이 회사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흥행기록을 조작했다는 지적이다.
<이미지=바이두(百度)> |
지난 4일 개봉한 ‘엽문3’는 불과 4일 만에 영화표 매출액 5억 위안(한화 약 928억원)을 돌파하며 앞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미인어(美人魚)’를 제치고 중국 영화사상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중국 각지 영화관마다 ‘엽문3’ 티켓판매 ‘이상징후’가 나타나며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 올랐고, 급기야 박스오피스 조작설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북경상보(北京商報) 등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 각지 영화관에서 황금시간대 상영되는 ‘엽문3’는 일찌감치 전 좌석이 매진되었고, 심지어 관객이 적은 심야시간대와 조조영화 역시 가장 앞줄과 가장 뒷줄 좌석의 표가 전부 팔렸다는 네티즌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중국국제영성(中國國制影城) 우한(武漢) 광구톈허(光谷天河)점의 경우, 6일 오전부터 6분마다 ‘엽문3’를 상영하는 스케줄에 티켓 가격이 203위안에 달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싱메이(星美)·화이(華誼)·태평양(太平洋)·유엠이(UME)야오라이(耀萊) 등 중국 대형 체인 영화관을 비롯해 한국 CJ CGV까지 ‘엽문3’ 티켓판매기록 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는 이번 사건의 의도 및 이유가 매우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러정(樂正)미디어연구 및 컨설팅의 펑칸(彭侃) 총감은 “이번 ‘엽문3’ 박스오피스 조작 수법이 매우 노골적”이라며 “개봉 첫 주의 박스오피스 기록이 영화 전체의 흥행수입을 결정짓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직접 티켓 구매에 나서는 방법으로 영화 홍보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엽문3’의 최대 투자자인 상하이 콰이루(快鹿)투자그룹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콰이루그룹 산하 상장사인 선카이구펀(神開股份, 02278.SZ)과 스팡쿵구(十方控股, 01831.HK)가 ‘엽문3’에 거액을 투자한 뒤 투자수익률과 회사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박스오피스 기록 조작을 벌였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3일 스팡쿵구는 공식 SNS를 통해 1억1000만 위안으로 ‘엽문3’의 박스오피스 수익권 55%를 인수했다고 밝혔으며, 하루 뒤인 24일 선카이구펀은 4900만 위안을 출자해 ‘엽문3’ 박스오피스 수익권 투자펀드를 조성, ‘엽문3’에 투자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앞서 모회사인 콰이루그룹에 이어 산하 상장사들까지 제작투자에 참여하면서 영화 흥행이 더욱 중요해졌을 수 밖에 없다는 풀이다.
특히 최종 흥행기록에 따라 8-18%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흥행수입이 10억 위안을 돌파할 경우 100만 위안에 달하는 배당금을 할당 받게 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3-7일 선카이구펀 주가는 급등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콰이루그룹은 산하의 P2P·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서도 ‘엽문3’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콰이루그룹은 영화산업 성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P2P 인터넷대출 플랫폼인 당톈차이푸(當天財富)와 당톈금융(當天金融) 등과 협력을 진행한 바 있고, ‘엽문3’ 투자금 마련에도 이들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
업계는 그러나 ‘당톈’계열 플랫폼을 통한 자금조달에 상당한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한다고 증권일보(證券日報)는 보도했다. 첫째, ‘엽문3’ 프로젝트파이낸싱이 추진된지 1개월도 안 되어 9000여 명의 투자자로부터 1억2000만 위안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수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을 것이라는 점과, 둘째, 이들 플랫폼의 최대주주가 콰이루그룹 산하 기업들로 내부자거래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 영화국은 6일 “개별 영화·일부 영화관이 모 시간대에 관객을 허위동원하고 박스오피스 기록을 부풀린 현상에 대한 관리 작업을 전국적으로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광전총국은 또 7일 온라인 영화티켓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엽문3’티켓 발행 관련 계약서류 등을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관해 업계는 광전총국이 언급한 ‘개별영화’가 사실상 ‘엽문3’라며, 광전총국이 ‘엽문3’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엽문3’는 해방 후 홍콩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영춘권’의 달인인 엽문과 ‘핵주먹’ 타이슨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엽문1’과 ‘엽문2’의 성공으로 주인공 전쯔단(甄子丹, 견자단)은 일약 세계적 스타대열에 올랐다. ‘엽문3’의 우리나라 개봉일은 오는 10일로 예고되어 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특파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