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이세돌 9단이 13일 알파고와의 제 4국에서 승리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승리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또 알파고가 흑을 잡았을 때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5국은 자신이 흑을 잡을 것을 제안했다.
이날 이 9단은 180수 만에 알파고를 상대로 불계승을 거뒀다. 경기 시작 4시간 45분이 흐를 무렵 알파고가 팝업창을 통해 경기 포기 의사를 알렸고 이에 알파고를 대신해 돌을 두던 아자 황 박사가 검은 색 돌을 던지며 경기가 종료됐다.
이 9단은 "이 1승은 정말 그 전의 무엇과도, 앞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1승이다"라며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고 많이 응원해주시고 격려 덕분에 한 판이라도 이겼다"고 말했다.
또 알파고의 약점을 묻는 질문에 "알파고가 백보다는 흑을 잡았을 때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알파고가)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가 나왔을 때, 버그 형태의 수가 진행이 됐다"며 "생각 못 했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데미스 하사비스 CEO에게 "5국에선 내가 흑을 잡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고 하사비스 CEO가 이를 받아들였다.
다음은 이세돌 9단과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 알파고 개발 책임자인 데이비드 실버 등이 참여한 일문일답이다.
▲(이세돌 9단) "이번 경기를 하기 전에 5대 0, 4대 1 얘기를 했는데 3대 1로 앞서고 있었다면 한 판 진게 아팠겠지만 3패를 하고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 1승은 정말 그 전의 무엇과도, 앞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1승이다.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고 많이 응원해주시고 격려 덕분에 한 판이라도 이겼다.
▲(하사비스) 저 또한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어마어마한 바둑 기사인 것을 보여줬다. 초반 알파고가 우세했다. 알파고도 본인 형세가 우세하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 9단이 만든 복잡한 형세에 기인해서 알파고의 실수가 나왔다. 오늘 결과 대단히 기쁜다. 알파고의 단점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세돌 같은 창의적인 천재가 필요하다. 알파고의 약점을 노출시켜주기 때문이다. 3번의 패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경기를 보여줬다. 알파고의 이 패배는 우리에게 매우 소중하다. 영국으로 돌아가 기보를 분석해 알파고 개선에 활용할 것이다.
▲(데이비드 실버) 알파고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알파고가 계속해서 스스로 게임을 두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같은 기술자는 그 허점을 파악할 수 없다. 오늘은 알파고의 한계가 시험되는 순간이었다. 시스템 개선에 활용할 것이다.
- 알파고의 바둑을 보면 실수라고 여겨지던 것이 나중에 묘수가 되기도 하던데, 의학에 접목할 경우 의학전문가가 보기에 오류인데 더 효과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나
▲(하사비스) 알파고는 프로토타입이다. 베타도 알파도 아니다. 경기를 계속해야만 알 수 있다. 그래서 훌륭한 기량을 갖춘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치는 것이다. 바둑은 아름다운 게임이다. 의료·보건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아주 엄격한 테스팅을 거쳐야 한다. 알파고와 의료 분야와는 아주 많이 다르다.
- 1~3국과 4국에서 같은 버전의 알파고가 사용됐는가. 알파고도 실수를 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이해를 못 하는 것인가.
▲(하사비스) 모든 대국에서 동일한 버전이 사용됐다. 알파고의 실수? 알파고의 수들은 인간이 보기에 직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묘수일 수도 있고 실수일 수도 있다. 게임의 최종 승패가 그 수가 어떤 수였는지 보여준다. 오늘은 졌으니 그 수는 실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알파고가 상대의 실력에 맞춰서 스스로, 인위적으로 실력을 조정하나?
▲(데이비드 실버) 알파고는 확률에 의해 승률값을 극대화한다. 여러 수를 놓다가 그것이 기준값 밑으로 떨어지면 불계패라고 뜬다. 알파고의 경우 상대가 누군인지와 상관없이 상대가 최고의 수를 놓을 것이란 전제하에 본인의 승률이 가장 높아지는 수를 둔다.
- 이 9단은 자신의 의도대로 풀린 경기? 알파고의 실수?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는?
▲(이세돌 9단) 알파고가 백보다는 흑을 힘들어 한다.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가 나왔을 때, 버그 형태의 수가 진행이 됐다. 생각 못 했을 때 대처 능력 떨어지는 것 같다. 이 2가지가 약점이다.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있긴 한데, 기본적으로 저의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패배다.
▲(하사비스) 이세돌의 기보에 맞춘 것 아니다. 동등하다. 이세돌의 기보를 알파고에게 우리가 직접 입력하지 않았다.
- 앞으로 대결에 임하는 자세는?
▲(이세돌 9단) 패배로 내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또 이번 판 이기면서 그런 것 많이 날라갔다. 이번에 백으로 이겨서 5국에서는 흑으로 이겨보고 싶다. 더 값어치가 있다. 흑으로 두고 하는게 어떨까 하사비스에게 제안하고 싶다.
▲(하사비스) 네 좋습니다.
- 78수라는 묘수는 어떻게 뒀나
▲(이세돌 9단) 그 수를 둔 이유는 그것 밖에 없었기 때문. 그렇게 칭찬을 받아서 어리둥절 하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