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이머징마켓 주식을 다시 쓸어 담기 시작했다.
상품 가격 하락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리스크-오프’ 움직임이 팽배, 신흥국 주식을 기피했던 투자자들이 이달 비중을 10개월래 최고치로 늘렸다.
16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3월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신흥국 주식 비중이 8.5%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
포트폴리오 내 이머징마켓의 비중은 2012년 초 기록했던 1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자금 썰물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 EPFR의 진단이다.
이와 별도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조사에서는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이머징마켓 비중이 10개월래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이머징마켓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실정이지만 지난해 말에 비해 투자자들의 비관론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평가다.
주가 역시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화 기준으로 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연초 이후 0.44%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선진국 주식시장의 추이를 반영하는 MSCI 세계 지수의 낙폭인 2.62%에 비해 제한적인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 하순 이후 이머징마켓의 상대적인 강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이는 국제 유가와 주요 상품 가격이 강한 반전을 이룬 시기와 일치하는 것이다.
상품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의견이 번지면서 이머징마켓을 외면했던 펀드매니저들이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EPFR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으로 유입된 투자 자금의 절반 가량이 중국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투자가들 사이에 구체적인 섹터의 추천도 나왔다. 신흥국의 은행주와 보험주가 성장성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덴커 캐피탈의 코키 쿠이만 펀드매니저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신흥국의 은행과 보험업계가 선진국의 경쟁사에 비해 최대 20배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경우 대출과 순이익 성장률이 1~3% 선에 머무는 한편 미국 은행 역시 성장률이 3~5%로 완만한 수준이다.
이와 달리 신흥국의 은행은 15~20%의 이익 및 여신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페루, 인도, 루마니아의 은행권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브라질과 러시아, 남아공 등 원자재 수출국의 은행권이 크게 저평가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