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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기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됐다."
최근 면세업계의 분위기를 평가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면세점 제도 개선을 두고 면세 업체 간 이해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각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번 면세점 제도 개선을 보는 시각이 확연하게 다른 탓이다.
현재 면세점 진형은 신라, 한화, 신세계, 두산, SM 등 신규 면세점과 이미 재승인에 실패했던 롯데, SK 그리고 현대, 이랜드로 3파전이 되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적이 지금은 함께 뜻을 모으는 둘도 없는 동맹되는가 하면 대화조차 힘든 적이 된 경우도 있다.
18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체들은 이달 말로 예정된 면세 규제 완화와 관련 치열한 수싸움을 진행 중이다. 각자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가 하면 경쟁사를 비판할 수 있는 근거까지 수집하는 것.
그 중심에는 바로 ‘면세 제도 개선’ 논의가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관광 활성화를 위한 면세 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고 규제 완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가졌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바로 추가면세점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개수를 늘리지 않는 방안(1안)부터 추가 오픈할지(2안), 아예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3안)할지 3가지 안에 대해 논의한 것.
각사별 입장은 확연하게 엇갈린다. 먼저 지난해 7월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따낸 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타임워드, 하나투어를 비롯해 지난해 12월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받아낸 신세계, 두산은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권에 대해 1안을 적극 지지하는 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규 시내면세점이 더 늘어나면 매출이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
이들 기업 관계자는 “지금도 기대만한 매출이 안 나오는데 새로 특허권을 내주겠다고 하면 다같이 공멸하자는 뜻”이라며 “이렇게 추가로 내줄 것이었다면 지난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현대백화점과 이랜드는 단 한 개의 면세점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이다. 이들의 입장은 3안이다. 만약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두 개만 주게 된다면 자신들의 차례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 특허를 2개 이하로 허용할 경우, 국민들은 사업권을 잃은 2개 업체를 구제하기 위한 ‘특정업체 봐주기용’이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사업권 추가 허용이 업계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주장은 자사 이기주의적 행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오픈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완전 개방을 주장하는 것. 신고제로 전환되면 특정 조건만 충족시킬 경우 면세점을 출점한 뒤 신고하는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백화점 등의 사업자 입장은 지난해 사업장을 잃은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와 차이가 분명하다. 만약 2개 이하로 신규 사업권을 줄 경우 현대백화점의 차례가 오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2안을 지지하는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특허권 재승인에 실패해 각각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을 폐점해야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제도개선 논의는 이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와도 마찬가지다.
기존 시내면세점 업체들과 갈등의 촉을 곤두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 면세점 관계자는 “결국 특혜를 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압박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신규 사업자들은 지난해 면세사업에 진입할 당시 시장의 자율 경쟁과 독과점 해소, 고용 확대 등을 주장했지만 이제는 이익을 위해서 시장을 봉쇄하고, 신규 사업자를 규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들의 관계는 미묘하다. 롯데-SK 연합의 경우 신규 면세점 연합과 대적점에 있지만 현대-이랜드의 3안도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면세점이 신고제로 바뀌더라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사업권이 부활하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들 면세점도 지나친 경쟁자의 등장을 우려하게 되는 것도 사실. 그렇다고 롯대-SK 연합이 현대-이랜드 연합을 비판할 경우 ‘규제완화’라는 주장의 명분을 상당부분 잃게 된다.
반면 현대-이랜드 연합에게 2안은 사실상 실패나 다름없다고 받아드리는 분위기다. 2개 이하로 신규 특허권이 주어진다면 지난해 말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를 위해 ‘짜고 치는 각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의 점포를 노리던 경쟁사였고 현대백화점과 이랜드는 물론 신규면세점 사업자들은 지난해 한해 내내 면세점 진출 입찰 과정에서 서로를 헐뜯던 경쟁자였다. 그야말로 적들이 둘도 없는 동지가 된 셈이다.
향후 이들 3파전에서 누가 웃게 될지는 정부가 고르게 된다. 하지만 어떤 안을 택하건 후폭풍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안건을 두고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신규면세점을 줄 경우에는 기존 업체들과 진출을 희망하던 업체의 비판이 예상되고 아예 주지 않을 경우 롯데-SK의 폐점에 따른 여론 악화가 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