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마비 증세를 보였던 미국 회사채 시장에 열기가 후끈하다.
버크셔 해서웨이와 포드 등 간판급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뛰어든 한편 투자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 에너지 업체들도 회사채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연이어 성공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주 회의에서 온건한 정책 기조에 대한 의지를 확인시켜 준 만큼 회사채 발행이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맨해튼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
여기에 국제 유가를 포함한 상품 가격의 반등 역시 에너지 섹터의 회사채 발행에 숨통을 터 줄 것으로 기대된다.
1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최근 3주 사이 엑손 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등 석유 업체들을 포함한 미국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루면서 연초 이후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이 3000억달러를 웃돌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신용 리스크가 높은 에너지 업체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애너다코 정유가 이번주 30억달러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뜨거운 매수 열기다. 회사채 매입 수요가 200억달러에 달한 것.
애너다코는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투기등급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신용 리스크에도 투자자들이 회사채 ‘사자’에 몰려든 것은 투자 심리의 뚜렷한 개선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회사채 시장의 훈풍은 대다수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보유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의 현금 보유 규모가 2001년 2월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솔레라와 크라톤 폴리머스 등 지난해 회사채 발행이 불발됐던 기업들이 최근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은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크 등급을 간신히 모면하고 있는 원유 정제 업체 홀리프론티어도 2억5000만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시장의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 신용 사이클이 다시 후퇴하지 않을 경우 회사채 투자로 고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상품 시장의 추세적인 턴어라운드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관련 기업의 회사채 투자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회사채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불안한’ 회복이라고 단정했다. 무엇보다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 열기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