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고은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0일 오후 쿠바 땅을 밟았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88년만에 이루어진 역사적인 방문이다.
쿠바 아바나 공항에 도착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이날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박3일로 이루어지는 이번 일정에서 아바나 구시가지(Old Havana)를 관광한 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또 국영TV로 생중계되는 대중연설을 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팀과 쿠바 국가대표팀 간의 야구 시범경기를 관람한 뒤, 시민사회 지도자들 및 반정부 인사와 만남도 가지게 된다. 카스트로 의장의 형이자 쿠바 혁명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와는 만나지 않는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되는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마무리짓기 위함이다. 미국과 쿠바는 지난 2014년 12월에 국교를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하고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고 정기 항공노선 취항을 재개했다. 그러나 국교 정상화의 핵심인 대(對) 쿠바 금수조치 해제는 의회에서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어 아직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미국 기업들도 쿠바 진출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쿠바는 최근 미국의 대형호텔 업체인 스타우드와 60년여 만에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스타우드 호텔측은 지난 19일 아바나에서 호텔 3개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처음으로 미국 호텔 업체가 쿠바에 진출하는 기념비적인 계약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들도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으로 새로운 시장 진출을 노린다. FT는 인터넷 결제 전문회사인 스트라이프가 쿠바에서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쿠바 방문이 중국의 개혁개방에 밑거름이 된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비견할 만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에도 과거 중국의 경우처럼 한 쪽으로 치우쳐진 관계개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쿠바가 경제 발전을 위한 미국 기업의 진출은 받아들이지만, 국내 정치적 개혁에 대해서는 논의를 거부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쿠바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반정부 인사를 몇시간동안 아바나 공항에 구금하기도 했다. 오는 22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의 예정되어 있는 쿠바의 저명한 인권 운동가 엘리자르도 산체스는 아바나를 방문하려다가 쿠바 당국에 의해 3시간 반 동안 공항에 억류됐다.
FT는 "산체스의 아바나 공항 억류는 쿠바가 반정부 인사들을 대하는 행동 패턴의 일부"라면서 "지난해 교황의 방문이나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문 때에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정치범 문제를 비롯한 인권문제를 정식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