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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협호인] 삼협을 수놓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소묘 (중국영화)

기사등록 : 2016-03-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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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장강의 대역사 삼협댐 공사가 지난 2006년 5월 최고 수위를 향해 한껏 속도를 더했다. 수천년 된 도시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장강에는 모택동도 하지못했던 거대하고 멋진 아치교가 세워졌다.  정든 고향마을이 하룻밤새 수몰되고 도시는 철거와 개발 바람으로 들썩였다. 

자장커(賈樟柯) 감독의 영화 삼협호인(三峽好人, 산샤하오런, 영문제목: STILL LIFE)은 삼협댐 건설이 이슈였던 2000년대 중반 중국 사회의 모습을 사실적 기법으로 그린 타큐멘터리식 풍경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장강(長江)의 도시 충칭(重慶) 펑제(奉節)현이 주요 무대이며 2006년에 방영됐다. 

감독 자장커는 중국 6세대 감독의 대표주자로서 도시개발과 경제성장으로 일그러진 중국사회의 부정적 이면에 대해 강한 문제 의식을 표출해왔다. 그는 2013년에 발표된 영화 '천주정(天注定, 텐주딩)'에서도 이전 보다 훨씬 잘살게 된 중국사회가 요즘 어떤 성장통을 겪고 있는지를 대담한 톤으로 보여줬다.  

옛날 만리장성 축성과 같은 삼협댐 공사는 라오바이싱(老百姓)들의 삶에 있어 어떤 의미일까. 고성장과 경제 개발, 삼협댐과 같은 대공사속에 사람들은 장강의 물결따라 도시로 몰려들고 가족들은 이별의 아픔을 겪는다. 삼협댐의 수위가 높아지고 마을이 수몰되는 것은 사람들에게 행복일 수가 없다.

사람에 따라 장강의 물결은 평온함일 수도 있고 두려움일 수도 있다. 장강은 누군가에겐 만남의 물길이고, 또 다른 이에겐 이별의 물길이다. 삼협댐 건설은 어떤 사람에겐 기회이지만 또 다른 사람에겐 되돌릴수 없는 상실의 고통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사연과 가치관에 얽힌 채 삼협댐이 일으키는 거센 개발 바람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간다. 

영화 삼협호인은 삼협위에서 펼쳐지는 두쌍의 부부, 한산밍 부부와 쉔홍 부부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한산밍과 쉔홍은 둘다 산시(山西)성 사람으로 각자 배우자를 찾아 충칭 펑제에 나타난다.  이들중 한산밍은 다시 부부의 연을 잇게되지만 쉔홍에게 산샤 펑제행은 이혼을 확인하는 슬픈 여행이 되고 만다.

주인공 한산밍은 감독 자장커의 고향이기도 한 산시성 펀양(汾陽)의 광부로, 16년전 집을 떠난 아내를 찾아 펑제현에 발을 들인다. 한산밍은 펑제의 철거 작업장에서 유행과 낭만을 아는 멋쟁이 청년을 만난다.  

'옛것을 그리워하는 우리에게 현대 사회는 어울리지 않죠'  청년이 주윤발의 노랫가사를 들먹이며 얘기하자 한산밍은 동의를 표시한다. 청년의 휴대폰 벨(컬러링)소리는 인생과 사랑의 덧없음을 노래한 광동어 버전의 '상하이탄(上海滩)'이다.  사랑은 부질없고, 인생은 정말 허무한 것일까. 청년은 인생의 꽃을 피어보지도 못한채 철거현장 벽돌무덤에 깔려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슬품도 잠시, 공사장 저쪽을 지나가며 어린 소년이 신명나게 불러젖히는 양천강의 인기가요 '라오수아이다미(老鼠爱大米)'가 한산밍에게 문뜩 아내(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상기시킨다. 한산밍은 무진 고생끝에 아내와 재회에 성공하고 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아내를 보고 가슴 아파한다.

한산밍은 16년전 3000위안을 주고 바로 이곳 펑제에서 어린나이의 아내를 데려다가 배필로 삼았다. 나름대로 잘해주려고 했는데 철없는 어린 아내는 때를 쓰다시피해서 결국 펑제로 돌아갔다.  한산밍은 그런 아내를 그냥 보냈고 그렇게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산밍은 아내가 떠난데는 자신의 책임이 컸다고 자책한다.  아내는 '왜 이렇게 늦게 찾아 왔느냐'고 원망을 털어놓는다.  헤어진지 16년이 흐른 지금, 이제야 부부간의 정이라는게 뭔지 알것 같다. 한산밍과 아내 두사람 모두에게 그것은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다.

강가에서 뱃일을 하면서 고달프게 살아가는 아내를 보자 연민의 정이 더해진다. 마침내 한산밍은 3만위안이라는 거금을 마련해 아내를 되찾아가기로 작정을 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기위해서는 산시성 탄광으로 돌아가야 한다.

철거 현장에서는 쥔종일 고생해도 일당이 고작 50위안이지만 탄광에 가면 하루에 200위안을 벌 수 있다. 목숨을 걸어야하는 일이지만 하루빨리 아내를 데려가기 위해서는 달리 방도가 없다. 한산밍은 광부가 돼 큰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함께 짐을 꾸린다.  

한산밍이 아내를 찾아온 삼협댐의 고장 펑제에 바로 그 곳에 역시 산시 사람인 한 여인이 연락이 끊긴 남편을 찾기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쉔홍이라는 이 여인의 남편은 무심하게도 집을 나간지 2년이 넘도록 전화 한통화 없이 연락두절이다.

펑제의 거리에 울려퍼지는 팡룽의 2004년 히트곡, 사랑의 노래 '량즈후디에(两只蝴蝶)'와 쉔홍의  어둡고 불안한 발걸음 사이에는 묘한 부조화가 느껴진다. '사랑하는 이여,  함께 숲속을 날아가 작은 계곡에 머물러요'  곡조와 가사가 모두 감미로운 이 사랑의 찬가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일뿐 쉔홍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기만 한다. 

쉔홍은 수소문끝에 남편의 거쳐를 알아내고 마침내 상면이 이뤄지지만 두사람의 만남은 이전에 둘이 부부였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냉냉하고 어색하기만 하다.

쉔홍의 남편 궈빈은 이미 여성 사업가 딩야링의 남자가 돼 있었다. 딩야링의 후원하에 철거 회사의 중책을 맡아 일이 바빠지면서 고향 산시성의 본처 쉔홍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무릇 애정이란 불길처럼 뜨겁고 맹렬한 것일진데 쉔홍이 맞딱드린 현실에서는 얼음장보다도 더 차갑고 아리기만 하다.  산샤댐 수위가 차오르고 도시 철거작업이 속도를 낼수록 사랑의 자리는 옹색해지고 사람이란 존재는 한없이 무력할 뿐이다. 

쉔홍은 남자가 생겼으니 이혼하자고 남편을 떠보는데 무심하게도 남편 궈빈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공사로 석재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외진 강변에서 쉔홍 부부는 서로 좁힐 수 없는 간극을 확인한 채 그렇게 뒤돌아서서 각자의 길을 간다.  

영화 삼협호인의 중심 무대 장강 상류 펑제현은 삼국지 백제묘당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이곳에서 동쪽 아래 멀지않은 곳 장강 중류 도시 이창(宜昌)시 이링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 발전소 삼협댐이 세워졌다.  전장 2.3킬로미터에 댐 높이 185미터이며 총 공사비 1800억 위안이 투자됐다고 한다.  1994년 12월에 공사를 시작해 갑문 운하와 리프트 등 전 공정이 2009년 마무리됐다.

2015년 12월 삼협댐은 장강 삼협 가운데 경관이 가장 좋은 30대 풍광 지역으로 선정돼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최근 삼협댐이 외부의 핵 공격을 받게되면 댐 하류 수천만명의 주민생명이 위협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중국은 핵 공격에 문제없을 만큼 견고하게 설계됐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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