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고은 기자] 원자재 가격 급락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질주하던 ‘기회의 땅’ 몽골이 추락하고 있다.
20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은행(WB)이 올해 몽골의 성장률이 0.8%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면서, 불과 2년 전에 예고됐던 올해 성장률은 7.7%였지만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락과 중국 수요 감소로 7%포인트에 달하는 성장률이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몽골 GDP 성장률 예상치 변화 <자료=세계은행, WSJ 재인용> |
몽골은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보였던 나라다. 2011년에는 성장률이 17%에 달했다. 당시 수흐바타르 바트볼트 몽골 총리는 몽골이 향후 10년간 이 같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몽골은 구리 등의 자원이 풍부한 나라로 상품가격 붐을 타고 발전했다. 광산업계 호황은 유목민의 나라였던 몽골에 수도와 전기 설비를 들여놓으며 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몽골이 핵심 인프라를 설치하기 전에 상품가격 붐이 꺼져버렸다. 1톤당 1만달러를 오갔던 구리 가격은 최근 5000달러까지 폭락했다.
중국의 성장 둔화도 몽골의 성장률을 뚝 떨어뜨린 주범 중 하나다. 중국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상품 공급 과잉이 일어났고, S&P GSCI 상품지수는 일년간 20% 폭락했다. 또한 몽골은 주로 원자재로 이루어진 자국 수출품목의 90%를 중국으로 보낸다. 바다와 접하지 않은 내륙 국가인데다가 교통 인프라가 좋지 않기 때문에 중국 외에는 접근성이 떨어져 교역을 하기 어렵다.
몽골의 실업률은 2015년 3분기에는 6.3%였으나, 그 직후인 4분기에 8.3%로 단기간에 급격히 올랐다. WSJ는 많은 몽골인들이 빈곤선(최저한도의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입 수준) 이하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다양한 사례를 전했다.
몽고의 유목민 안크바야르 가람다그바 씨는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할 조짐이 보이자 기르고 있던 양과 가축들을 팔고 은행 대출을 받아 청바지 가게를 차렸다. 하지만 지금은 장사가 되지 않는 상태다. 그는 '지금 나에게는 미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또 몽골 현지 병원에서는 9개 침대가 있는 병실에 18명의 아이와 18명의 어머니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병실의 공기 질이 매우 좋지 않아 몇몇 가족들은 복도나 로비에서 잠을 청한다고 신문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