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경제 성장의 중추를 옮긴다는 중국의 개혁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25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건설과 제조 등 이른바 구경제에 해당하는 상장 기업의 이익이 줄어든 반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으는 신경제 부문의 기업 이익이 늘어난 것.
중국 선전 IT 서밋 <출처=신화/뉴시스> |
민간 소비와 서비스업이 세계 2위 경제국의 성장을 주도하는 구조 개혁이 완료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상장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근거로 볼 때 중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29일(현지시각) 시장 데이터 업체 윈드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중국 A주의 상장 기업 68%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비즈니스 서비스와 정보통신(IT), 과학 및 리서치, 소매, 숙박 등 이른바 신경제 부문에 해당하는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평균 0.48위안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0.45위안에서 완만하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경제가 6.9% 성장, 25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사실을 감안할 때 높은 의미를 둘 만한 결과라는 평가다.
또 건설과 제조업, 부동산, 광산업, 유틸리티, 농업 등 소위 구경제 섹터에 해당하는 기업의 지난해 주당순이익이 0.33위안으로 신경제 기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뒤쳐진 동시에 2014년 0.35위안에서 후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경제 개혁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해 수익성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섹터가 금융 서비스와 과학 및 리서치, 도매 및 소매 업종에 집중된 것은 중국 경제의 구조 변화가 차질 없이 이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와 달리 제조업 대기업과 광산 업종은 지난해 주당순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나 서비스 부문과 커다란 대조를 이뤘다.
주가 움직임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나타난다. 지난 5년간 건설 중장비 업체 줌라이언 주가가 63% 폭락한 것을 포함해 정유업체 페트로 차이나와 해운업체 CSIC가 각각 37%와 13% 하락하는 등 과거 두 자릿수 성장 시대를 이끌었던 기업이 증시에서 뚜렷한 하강 기류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판 구글로 통하는 바이두의 미국예탁증권이 38% 뛰었고, 지리자동차도 홍콩증시에서 27% 상승했다.
다만, 축포를 터뜨리기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 적어도 기업 차원에서 경제 개혁의 성과가 포착됐지만 중국의 매크로 경제 측면에서 안심할 만한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단적인 예로, 이들 신경제 기업들이 중국의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대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중국 기업이 총 32만8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A주에 상장된 기업은 2828개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팀 애덤스 국제금융협회(IIF) 회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신경제 기업)가 지속적으로 추진력을 높일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경사진 오르막길을 달리거나 대량 화물을 감당해 내기에는 이들 자동차의 동력이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미즈호 증권의 장광 센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신경제 섹터가 구경제 부문을 총량 측면에서 앞지를 것”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몇 년간 고통스러운 과도기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