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롯데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은 앞으로도 면세업계에서 유일하게 사업권을 잃었던 회사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표정이 씁쓸하다. 지난해 롯데면세점과 워커힐 면세점이 사업권을 잃고 나자 정부가 부랴부랴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탓이다.
롯데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은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면세점 특허권 만기가 10년에서 5년으로 짧아지면서 지난해 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상실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면세점 특허 기간을 다시 10년으로 되돌리고 특허 갱신을 허용키로 하면서 상황이 묘해졌다.
이 제도 개선은 기존 폐점 업체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진=강필성 기자> |
31일 정부에 따르면 관계 기관들은 면세점의 안정적 경영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특허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특허 갱신을 허용하기로 했다. 특허 갱신을 위해서는 최소한 요건과 심사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는 2013년 관세법 개정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2013년 관세법 개정은 당시까지 10년이었던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축소하고 특허 갱신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허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갱신을 허용하면서 특정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 당시 법안을 발의한 홍종학 민주당(현 더민주당) 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의 특허 만기에 처음으로 이 법이 적용된 후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다.
가장 큰 문제는 당시 특허 만기가 도래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이 나란히 특허권 취득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신규 특허 심사에서 두산과 신세계가 최고 점수를 받아 신규 사업자가 됐다. 결과적으로 23년의 역사를 가진 워커힐면세점과 국내 면세점 점포 매출 3위인 월드타워점은 각각 오는 5월과 6월 폐점된다.
그리고 이는 국내 면세점 역사에서 최초의 특허권 재취득 실패에 따른 최초의 폐점이자 마지막 폐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허 갱신 요건이 과거보다 까다로워질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특허권의 유치를 두고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롯데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의 표정이 복잡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은 기존 폐점 업체들에게는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권을 잃고 브랜드 가치 하락, 직원들의 이탈, 대외 신인도 악화, 투자자들의 손실 등 피해는 금액으로 환산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탈락 업체를 위해 반드시 서울 시내면세점의 추가 특허를 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들의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에 대해서는 내달 중 결론을 낼 예정이다. 다만 추가로 특허권을 내더라도 입찰 경쟁에서 롯데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이 승리를 받아낼지는 미지수다. 현대백화점그룹, 이랜드그룹 등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