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김지완 기자] '중2병'만큼이나 무서운 ‘코스피2000병’.
지난 5년간 코스피는 2000선 내외가 고점 1800선 내외가 저점인 박스권을 이어왔다. 이에 ‘박스피’ 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얻었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1800 밑에서는 사고, 2000 위에서는 파는 투자전략까지 구사하게 됐다. 학습효과가 자리잡은 것이다.
최근 다시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하자 어김없이 매물이 쏟아져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엔 다르다"라고 주장한다.
◆ 주식형 인데스 펀드 2000포인트에서 환매 폭탄 겪어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월17일 장중 1817.97을 기록한 후 꾸준히 상승, 지난달 30일 마침내 2000선을 돌파했다. 장중 2009.10, 종가 2002.14였다. 지난해 12월2일 2009.29 이후 종가로는 약 4개월만에 2000대에 올라선 것이었다.
하지만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2000선을 내줬다. 차익실현성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달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9775억원이 순유출 됐다. 이는 지난해 4월(2조6664억원)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 규모다. 작년 4월 역시 코스피가 2100선을 뚫고 올라가자 매물이 쏟아졌다.
펀드별로는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에서 2110억원이나 자금이 빠졌다. 이는 한달전 설정액의 3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수가 오를 때 수익률이 2배가 되도록 설계한 레버리지 펀드다보니 '코스피2000병'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지난 3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액 흐름을 살펴봐도 이는 두드러진다. 금투협에 따르면 2000선 부근에서 환매된 자금이 27조4675억원에 이른다.
◆ "오를 만큼 올랐다” vs. “코스피 4~5월까지 상승” 팽팽
김영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10% 상승하는 구간에 이익전망은 4% 가량 떨어졌다”며 “이익 성장이 동반되지 않는 주가 수준은 부담스럽다”고 경계했다. 그는 단기적인 지수 상단을 2030으로 예상했다. 이번에도 2000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줄임말)이란 얘기다.
반면 백찬규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4~5월 증시는 3월보다는 상황이 나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실적시즌이 진행되는 5월에 코스피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대 2100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현재 외국인의 수급이 기관 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주고 있어 수급상 부담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소연 한국금융투자 연구원은 2000선에 대한 매물부담을 인정하면서도 “이익전망이 올라오고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을 해소할 것”이라며 “2분기 2100, 올해 2250까지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