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핵없는 세상'을 주제로 이틀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가 1일(현지시각) '2016 워싱턴 코뮤니케(정상선언문)'를 채택하고 종료됐다. '워싱턴코뮤니케'에는 제2차 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의견도 반영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했던 국가 정상들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이번 제4차 회의가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IAEA를 중심으로 한 각료급 회의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은 오는 12월 개최되는 IAEA 핵안보 국제회의에서 의장국을 맡는다.<사진=청와대/뉴시스> |
52개국 대표와 4개 국제기구 수장들은 '워싱턴코뮤니케'를 통해 핵과 방사능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가 지속돼야 하며 지난 1~3차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강력하고 포괄적인 국제 핵안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아울러 마지막 핵안보정상회의인 이번 워싱턴 정상회의 종료 후에도 참여국 정부 간 네트워크 유지와 확대를 통해 모멘텀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코뮤니케의 부속서로는 핵안보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5개 국제기구·협의체인 유엔(UN), 국제원자력기구(IAEA), 글로벌파트너십, 세계핵테러방지구상, 인터폴의 활동을 지지하는 5개의 '행동계획(action plan)'도 채택됐다.
구체적으로 IAEA는 핵안보 관련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위급 정치적 모멘텀 확보 ▲개정 핵물질방호협약(CPPNM) 발효 ▲분야별 핵안보 지침 개발 ▲각국 역량강화 지원과 국제협력 증진 ▲핵안보 문화 증진 등 향후 국제 핵안보 강화를 위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유엔은 비국가행위자의 대량파괴무기(WMD) 획득을 방지하기 위한 안보리 결의 1540호와 핵테러억제협약(ICSANT) 이행 강화를, 인터폴은 핵테러관련 사건 수사의 국제공조 확대 등을 행동계획에 포함시켰다.
'세계핵테러방지구상 행동계획'은 핵테러 예방, 탐지, 대응 관련 각국의 역량 강화, '글로벌파트너십 행동계획'은 핵안보 증진을 위한 국가 간 지원 등 각 기구·협의체의 역할 및 중점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 등이 핵심 내용이다.
한국을 포함한 참여국들은 5개 행동계획 이행을 통해 정상회의 종료 후에도 국제기구 및 협의체를 중심으로 상시적인 국제 핵안보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이번 회의결과에 대해 "특히 우리나라가 올해 IAEA 핵안보 국제회의 의장을 수임해 국제 핵안보 체제를 공고히 하고, 정상회의 성과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5개 행동계획 모두 성안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고, 유엔 행동계획상 안보리 결의 1540호의 보편적 이행 강화를 위한 조치 내용에 의견을 다수 제시해 반영시켰다"며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코뮤니케 및 5개 행동계획의 이행을 위해 힘쓰는 한편, 국제 핵안보 체제 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적으로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 대통령 "5년 주기 핵안보 이행 평가회의 개최하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무오찬에서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결의된 개정 핵물질방호협약(CPPNM)의 발효와 관련해 "개정 협약 발효 이후에는 핵안보 의무 이행을 검토하는 국제적 체제 확립을 위해 5년 주기로 정례적 평가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 종료 이후 국제 핵안보 체제 구축을 위한 활동방향으로 ▲국제기구의 역할 확대·강화 ▲핵안보 관련 법·규범 강화 ▲참가국 협력 네트워크 유지·강화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바마 대통령께서 개정 CPPNM의 발효가 임박했음을 말씀해 주셨다"며 "이 개정 협약의 발효는 핵안보 국제체제 강화와 관련해서 가장 시급한 과제였는데,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해서 큰 진전을 거두게 돼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CPPNM은 핵물질에 대한 적절한 물리적 방호 조치를 이행하고 핵물질 도난이나 횡령, 강제탈취 시도 등을 국내법에 따라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5년 개정으로 국제운송중인 핵물질에서부터 원자력 시설의 방호조치까지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핵테러 방지와 관련 법적구속력이 있는 유일한 국제협약이지만 개정 이후 아직까지도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발효가 미뤄져 왔다.
아울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보 지침과 같이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핵안보 규범을 발전시키는 노력도 중요하겠다"며 "대한민국은 사이버 위협 대응 지침 마련에 중점을 두고, IAEA의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대한민국은 올해 12월 열릴 예정인 IAEA 핵안보 국제회의 각료급 회의 의장국으로서 IAEA가 핵안보 분야의 중심적 역할을 이행하도록 회원국의 의지를 결집해 나갈 것"이라며 "인터폴, 세계핵테러방지구상, 글로벌파트너십도 각각의 고유한 임무와 역할을 통해서 핵안보 강화에 계속 기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상회의 프로세스가 끝난 후에도 핵안보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온 참가국들의 협력 네트워크는 계속 유지·강화돼야 한다"며 "이러한 협력 네트워크는 국제기구 주도의 핵안보 체제를 보완하면서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단결을 통해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업무오찬은 '핵안보 강화를 위한 국제·제도적 조치'를 주제로 토의가 진행됐으며 박 대통령은 선도 발언자로 나섰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본회의에선 다른 정상들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발언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이번이 마지막이며 앞으로는 IAEA를 중심으로 한 각료급 회의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12월 개최되는 IAEA 핵안보 국제회의에서 의장직을 수임한다.
◆ 핵안보정상회의 일정 지연으로 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 취소
한편 이날 예정됐던 박 대통령과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일정은 핵안보정상회의 정책토의 일정 지연 등으로 취소됐다.
당초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둘째 날 오후 '시나리오 기반 정책토의' 순서 중 약 30분간 시간을 내 지난해 말 취임한 마크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었다. 이번 회담은 12년 만에 개최되는 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으로 ▲양국관계 발전 및 실질협력 확대 방안 ▲북핵문제 등 지역정세 ▲중견국 외교 등 글로벌 이슈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정책토의 순서가 당초 예정된 오후 3시45분보다 15분 이상 늦게 시작된데다 국내 사정상 민항기를 타고 이번 회의에 참석한 마크리 대통령의 출발 일정을 늦출 수 없어 취소됐다.
청와대는 아르헨티나 측이 마크리 대통령이 오후 5시 출발 민항기편을 타기 위해 늦어도 오후 4시15분에는 회의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어서 불가피하게 이번에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없게 됐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