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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함지현 기자] “5개월동안 체중이 6kg 빠졌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고생해본 적이 없습니다.”
최승우 카페베네 대표이사 사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카페베네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개인 생활은 고사하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카페베네는 재무 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되는 상황이었고, 기존의 문어발식으로 뻗쳤던 사업이 모두 무너지던 때였다.
그가 택한 카페베네의 활로는 외부 투자였다. 카페베네는 올해 말 싱가포르 식품기업과 인도네시아 기업의 합작사인 한류투자를 최대주주로 올릴 예정이다.
국내 대표 커피브랜드 카페베네의 몰락부터 부활까지 격변의 중심에 선 최 사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카페베네 본사에서 만난 최 사장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최승우 카페베네 대표이사 <사진=카페베네> |
최 사장은 “처음 대표이사를 수락하면서 내건 조건이 자금 걱정 없이 경영만 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취임 직후 부실 규모를 판단해보니, 처음엔 팔목 쯤인 줄 알았던 수심이 목까지 차오른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커피전문점으로 너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본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이것저것 많은 사업을 했는데, 이로 인해 자금 경색이 되다보니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해외사업과 다른 외식사업의 손실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데도 카페베네 안에서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는 커녕 심각성을 아는 사람 자체가 전무했다고 한다. 결국 최 사장은 지난해 11월 김선권 전 회장과 사모펀드 K3에쿼티파트너스를 불러 모아 '내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선언했다.
김 전 회장이 물러나고 K3에쿼티파트너스가 우선주, 보통주 전환권을 행사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 것은 이 직후였다. 김 전 회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고 K3에쿼티파트너스 입장에서는 투자 자본을 날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최 사장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투명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첫 걸음이었다”며 “그동안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지배구조를 서둘러 정리하고 본격적인 외부 자본 유치에 나섰다”고 회상했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동안 김 전 회장과 K3에쿼티파트너스 역시 그동안 외부 투자를 유치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최 사장이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싱가포르의 푸드엠파이어(Food Empire)와 접촉한 것도 이맘때였다.
그가 푸드엠파이어 측에 “카페베네에 흥미가 있나”(Are you interested in caffebene?)”라고 카톡을 보냈고 “흥미 있다(Yes)”라고 답이 오자 최 사장은 쾌재를 불렀다. 식음료를 취급하는 푸드엠파이어와 파트너십을 맺게 되면 자본 유치 뿐 아니라 그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당시 푸드엠파이어 측은 카페베네의 부실 규모가 크다고 판단한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인해 투자가 거의 무산된 상황이었다. 승부수는 지난 2월말 최 사장이 다시 싱가포르를 찾았을 때였다.
그는 “당시 3일동안 직원들이 돌아가며 같은 질문을 하루에 20번씩 받아야 했다”며 “만약 내 개인적인 일이었다면 자존심이 상해서 도무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단순히 인맥으로 성사된 투자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카페베네는 최근 싱가포르 식품기업 푸드엠파이어와 인도네시아 최대그룹 중 하나인 살림그룹(Salim Group)의 합작사 한류벤처로부터 165억원을 투자 받는데 성공했다. 한류벤처로부터 올 하반기 추가로 110억원을 투자받을 예정이다. 이 투자가 완료되면 카페베네의 최대주주는 한류벤처로 바뀐다.
최 사장이 취임한지 1년도 안 돼 카페베네의 최대주주가 세 번째 바뀌는 셈이다.
이 과정에 최 사장은 카페베네의 부활을 과제로 안게 됐다. 다만 실적만을 위한 무리한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 사장은 “나는 구조조정 전문가도 아니고 매직솔루션을 단기간내 만든다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비용을 줄여서 수익을 높이는 것은 장기적인 계획이 못된다. 오히려 조직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페베네는 서플라이체인(생산·공급망)의 원가를 절감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밸류체인(가치망)을 위해 조직원의 열정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며 “나는 그 과정에 굉장히 상식적으로 양자의 벨런스를 맞추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V자 회복’이라는 경영서적을 참고하고 있다고 한다. 바닥까지 고꾸라진 곡선을 급격한 상승세로 만들어낸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 사에구사 다다시의 지론을 담은 책이다.
공교롭게도 V자 회복은 최 사장의 장기이기도 하다. 그는 2013년 영업이익이 2억원에 불과하던 웅진식품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영업이익을 87억원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최 사장은 ‘쉽고 빠른 길’을 가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가격인상 대신 커피의 맛을 ‘프리미엄’급으로 끌어올리고 카페베네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이미 카페베네 내부는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고 열정적인 조직으로 변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최 사장은 커페베네의 반등을 자신 중이다. 그는 “해야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안 하는 용기가 바로 내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