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AI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참패하면서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 투자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로봇이 포트폴리오를 짜고, 투자를 지시하고 실행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와 영업의 중간에 위치한 PB는 어떨까.
사이버(Cyber) PB 로봇어드바이저를 체험하기 위해 지난 1일 KEB하나은행 도곡동 지점을 방문했다. 사실 방문 전 기대는 매우 낮았다. 이곳저곳서 인공지능을 얘기하니 급조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실제 다른 은행에서 내놓은 로봇어드바이저는, 베타버전이라고 해도 인터넷에 떠도는 '성격 테스트' 수준에 그친다는 비난도 있었다.
Cyber PB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하나금융투자의 협업을 통해 지난 3월 국내 은행 중 최초로 출시됐다. 온라인상에서는 체험이 불가능하고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한다.
KEB하나은행 지점을 방문하면 Cyber PB 로봇어드바이저를 체험할 수 있다.<사진=김선엽 기자> |
정회정 PB 팀장의 도움을 받아 테스트를 시작했다. 소요 시간은 20분 남짓. 중간 중간 설명을 듣느라 다소 시간이 걸렸을 뿐 숙달되면 혼자서 5분 내에 끝낼 수 있을 정도였다.
설문지 분석→투자목적 분석→시뮬레이션→모델포트폴리오 제안→포트폴리오 제안 순이다.
나의 소득 및 자산 현황, 위험에 대한 선호도를 파악한 후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은 국채를 선호하는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ELF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초기 투자금액(300만원), 월 예상 적립금(50만원), 목표금액(1억원), 투자기간(10년) 등을 바탕으로 로봇어드바이저가 시뮬레이션을 돌려 예상수익률과 소요기간을 내놓았다. 기자의 최종 리스크 레벨은 6. 1부터 10까지 중 중간에 해당한다.
또 10년 후 8147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목표 금액보다는 적지만, 나의 위험성향을 고려했을 때 평균이 이 정도란 의미다.
KEB하나은행 로봇어드바이저에 나의 위험성향과 투자목적을 입력하면 미래 예상수익률을 그래프로 보여준다.<사진=김선엽 기자> |
로봇어드바이저가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상품과 현금성 자산 등을 추천한다. 자산유형별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최종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가 결정된다.
Cyber PB의 강점은 나의 투자 성향과 투자목적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바로바로 돌려볼 수 있다는 점. 어떻게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좋을지를 그래프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최 PB는 "로봇어드바이저가 없으면 고객에게 여러 가지 상품에 분산투자를 권하고 싶어도 귀찮아 하시므로 쉽지 않다"며 "로봇어드바이저를 이용하면, 분산투자에 따른 예상 수익률을 고객에게 손쉽게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 PB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로봇 PB가 분석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시각화된 그래프를 보여주므로 편리할 뿐이었다.
Cyber PB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오히려 고객의 착각을 유발할 수도 있어 보였다. 인간이 아닌 기계가 추천하는 상품이다 보니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수익률이란 '착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투자상품부 관계자는 "2011년부터 내부적으로 이 모델을 테스트 해 왔으며 그 결과 코스피 대비해서 아웃퍼폼했다"며 "트랙 레코드가 쌓여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yber PB 로봇어드바이저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모델포트폴리오.<사진=김선엽 기자> |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