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선형 기자] 한국 알리안츠생명 법인이 안방보험에 35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됐다. 당초 국내에 알려진 매각금액 3000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이다.
7일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한국 알리안츠생명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의 인수가격으로 300만유로(한화 약 35억원)로 독일 알리안츠그룹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알리안츠생명의 지난해 총 적자 규모는 874억원으로 10년 만에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잇단 적자로 자본잠식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안방보험의 실제 인수자금은 약 9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사진=알리안츠생명> |
안방보험은 앞서 국내 8위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을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인수 후 3분기(누적) 기준 151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카드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 중국시장 전문가는 “현재 안방보험이 글로벌 작업의 일환으로 해외 금융사와 부동산들을 인수하고 있다"며 "한국시장의 중견 보험사들을 인수하는 것도 그런 방안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국내 4위 생명보험사 제일생명을 4000억원대에 인수하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후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나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는 영업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서 점점 적자의 길로 들어섰다.
특히 금융권에서 드물게 근속 연수에 따라 퇴직금을 더 얹어주는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어 인력 운영에 대한 부담이 다른 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알리안츠생명은 2013년부터 퇴직금누진제를 개선해 근속 15년 이상자에게는 누진한도를 정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 하지만 여전히 퇴직자들은 이 혜택을 많이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인력비 부담이 많이 컸다. 성과급제도를 도입하려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이 2008년 총파업을 실시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이후 저금리, 경영악화 등이 겹치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과 주식매매계약(SPA)만 체결한 상태로 실사 및 가격조정을 거쳐, 한국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실사는 2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대주주적격성 심사는 약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