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상품시장에 이어 또 하나의 슈퍼 사이클이 종료를 맞았다는 주장이 번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은 물론이고 거시경제에 상당한 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하강 기류를 맞은 것은 신용 사이클이다. 특히 투기등급 회사채를 필두로 신용 활황이 꺼지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7일(현지시각) 신용평가사 피치가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연금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시장 전문가들 중 90%가 기존의 신용 사이클이 종료를 맞았다고 판단했다.
달러 <출처=블룸버그통신> |
유로존과 일본, 미국에 이르기까지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완화 정책에 크게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앞으로 12개월 사이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에너지 섹터를 필두로 정크등급 기업의 신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80%를 웃도는 투자자가 올해 말 정크등급 회사채의 디폴트율이 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디폴트율이 기존의 3%에서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다.
린 에너지와 피보디 에너지 등 올해 디폴트를 맞은 기업이 이미 약 40개에 이른다. 또 1분기 회사채 원리금 상황을 이행하지 못한 기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늘어났다.
스티븐 카프리오 UBS 신용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회의 이후 정크본드 상승은 의미를 두기 어렵다”며 “금융권 여신 요건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고, 하이일드 본드 신규 발행은 급감했으며, 국제 유가 움직임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구조적으로 향상된 부분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금융권에서 신용사이클에 급반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보험사 처브의 에반 그린버그 최고경영자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신용시장에 거대한 신용 청산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10조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낸 사이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중심으로 잘못된 자본 배치를 일삼았고, 투자자들은 미국과 독일 국채부터 농촌 지역의 토지까지 안전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연준이 공급한 유동성이 투자가 아닌 다른 형태로 소모됐다”며 “금융위기 이후 부양책이 과도하게 장기간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CNBC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석유와 가스, 광산 등 에너지 섹터의 단기 자금 조달이 난항을 맞았다고 전했다. 투기등급을 중심으로 특히 유럽 지역 기업들의 유동성 경색이 두드러진다는 것.
무디스는 유럽 정크 등급 기업 가운데 유동성 압박을 받는 기업이 3월 23%를 기록해 1년 전 11%에서 두 배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토비아스 와그너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황이 지속될 경우 유동성 경색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