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5만원 이하 카드 결제시 서명 없이 거래하는 무서명거래(No CVM)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무서명 거래로 인한 수수료 수익 감소를 두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관련 회의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카드사와 밴사, 밴 대리점, 금융당국 등은 무서명 소액결제로 인해 줄어드는 전표 매입 수수료 수익을 누가 부담할지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21일 첫 회의를 연 데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대립되면서 고성이 오갔고, 급기야 밴사 관계자들이 회의 중 퇴장하면서 파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무서명 거래를 둘러싸고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지난 7일 열린 세 번째 회의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파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
이날 회의에서는 전표매입 수수료 수익 감소분을 카드사와 밴사가 절반씩 공동으로 부담하거나, 카드사가 밴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나왔다. 하지만 일부 카드사와 밴사가 이에 반대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합의 본 내용은 없었다"며 "나중에는 고성이 오가고 밴사 대표들이 퇴장을 해, 추후 다시 입장정리를 해 회의를 재개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서명거래를 둘러싸고 합의점이 나오지 않는 것은 밴 대리점 수익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대해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카드결제 1건당 밴사에 100~110원의 밴 수수료를 지급해왔다. 이중 30~35원 정도가 실질적으로 전표를 수거하는 업무를 하는 밴 대리점에게 지급됐는데, 무서명거래가 활성화되면 전표매입을 할 필요가 없어져 밴 대리점의 수수료 수익이 급감하는 것.
그 동안 카드사들은 전표매입 수수료는 밴사와 밴 대리점 간의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밴사는 카드사가 전표매입 수수료 지급의 주체라고 주장하며 수익 감소분에 대한 부담을 전가해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각 이해관계자들은 지난 두 차례의 회의를 거쳐 무서명 거래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 감소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데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부담 비율이나 방법 등을 두고는 아직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조만간 다시 회의를 열고 무서명거래 시행을 위한 합의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무서명거래 시행이나, 수익감소분에 대해 공동 부담하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했다"며 "다만 각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안을 가지고 구체적인 협상 방안이 도출될 때 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다음 회의 일정은 잡힌 바 없지만, 무서명 거래가 소비자 편익을 위한 일인 만큼 최대한 빨리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월 말 여신금융협회는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을 개정해 5만원 이하 카드 결제는 카드사가 가맹점과 따로 계약하지 않고 통보만 해도 무서명 거래가 가능토록 했다. 가맹점의 신속한 결제와 신용카드 회원의 이용 편의를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개정안에 따라 카드업계는 4월부터 소액결제 무서명거래를 시행할 방침이었으나, 이해관계 대립으로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