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앙은행과 싸우지 말라는 월가의 오랜 격언이 설 자리를 잃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극히 온건한 정책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세력이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에 전력 베팅하고 나섰고, 머니매니저들은 일본 정책자들의 인플레이션 및 주가 부양 움직임에 ‘팔자’로 대응하고 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올해 금리인상을 두 차례로 제한한 것을 후회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비둘기파 행보에 안도하는 데 그쳤던 과거와는 상이한 모습이다.
월가 <출처=블룸버그통신> |
11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필두로 한 투기거래자들의 10년 만기 국채 선물 순매도 포지션이 지난주 11만7305건으로 증가, 지난해 11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장의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할 뜻을 밝혔지만 투기거래자들은 국채 가격 하락 및 수익률 상승에 공격 베팅한 셈이다.
DZ은행의 다니엘 렌즈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다”며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해소된 것을 포함해 내부 위험 요소들이 줄어든 만큼 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반전을 연출, 앞으로 6개월과 12개월 후 각각 2.20%와 2.50%까지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가들은 미국 경제 호조를 근거로 국채의 투자 매력이 저조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일본 SMBC 닛코 증권은 연준이 연말까지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연준을 향한 보다 냉소적인 목소리도 번지고 있다. 옐런 의장이 밝힌 대로 연내 금리인상을 두 차례로 제한할 경우 내년 인플레이션 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스티븐 스탠리 앰허스트 피어폰트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머지 않아 비둘기파 행보를 선언한 데 대해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연방기금 금리가 현 시점에 1%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책자들이 이미 시기를 놓쳤고, 이에 따른 후폭풍이 내년 본격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내년 3%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연준이 올해 긴축을 두 차례로 제한할 경우 2017년과 2018년 금리인상을 각각 다섯 차례씩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의 강한 불신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이 연초 이후 13주 연속 일본 주식시장에서 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1998년 이후 최장기 기록에 해당한다.
특히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도 엔화가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자 세계 최대 머니매니저인 블랙록을 필두로 일본 주식 매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토픽스 지수는 연초 이후 17% 폭락, 연초 이후 이탈리아에 이어 선진국 증시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도쿄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약 70%에 이른다. 올 들어 두드러진 매도 공세는 2012~2015년 사이 18조5000억엔의 순매수를 기록했던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크레디트 스위스(CS)와 씨티그룹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잇달아 일본 증시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 비관적인 전망을 강하게 내비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