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가 반등에 시중 자금이 에너지 섹터의 회사채로 몰리면서 관련 정크본드가 활황을 연출하고 있다.
일부 에너지 업체들이 파산보호를 신청, 디폴트율이 대폭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석유 가스 업종의 하이일드 본드 수익률이 수직 하락하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2월 에너지 섹터 정크본드 수익률이 고점을 찍은 뒤 140억달러에 이르는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통신> |
같은 기간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반등, 배럴당 40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바닥 진단이 고개를 들었고 이는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베팅을 더욱 부추겼다.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지난 3월에만 투기등급 에너지 섹터 채권 지수는 16%를 웃도는 상승률 기록을 세웠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1996년 이후 최고 수익률에 해당한다.
체사피크 에너지와 엔테로 리소시스, 윌리엄스 컴퍼니 등 주요 에너지 업체의 채권 가격이 일제히 강세를 연출하며 연중 최고치를 돌파했다.
관련 섹터의 하이일드 본드 수익률은 지난 2월 20.9%로 고점을 찍은 뒤 최근 13.2%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채권 평균 가격은 1달러 당 20센트 가까이 뛰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인상을 두 차례로 제한할 의사를 밝히면서 위험자산의 상승 탄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최근 정크본드 랠리가 꺾일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스콧 로버츠 인베스코 하이일드 채권 공동 대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를 통해 “연초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채권이 이번 랠리에 가장 큰 폭으로 반등했다”며 “펀드 매니저들은 지난해와 같이 여름을 앞두고 상품 가격과 관련 채권시장이 하락하는 패턴이 되풀이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파산보호 신청을 냈거나 디폴트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 업체의 회사채 가격도 동반 강세를 보인 만큼 공격적인 베팅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말 도하에서 열리는 산유국 회동에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서 산유량 동결 합의가 매끄럽게 이뤄질 경우 국제 유가가 또 한 차례 상승 모멘텀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중국을 필두로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수요가 위축될 경우 추세적인 유가 상승을 점치기는 어렵다.
앞서 블랙록은 최근 유가 랠리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전적으로 금융시장의 유동성 흐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