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여소야대'로 막을 내린 20대총선에서 나타난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판은 준엄했다. 여당의 오만과 탐욕을 징계하면서 야당의 독선도 경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패배를 안겨줌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유권자들이 외면한 반면, 국민의당에는 '호남자민련'이란 한계를 주었다. 이번 총선결과로 드러난 국민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통치하지 말고 싸우지 말고 협치하라"는 것이다. 한국경제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협치해야 할 것인지 뉴스핌이 짚어봤다.
[뉴스핌=이윤애 기자] 122, 123, 38. 오는 6월 개원하는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각각 획득한 의석수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제1당이 된 더민주 역시 과반의석에 이르지 못하며 향후 20대 국회 운영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양당 체제였던 19대 국회와 가장 큰 차이는 어느 한 당도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소 두당 이상이 협력해야 한다. 법안 처리를 위한 일반 정족수는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새누리당(122석)과 더민주(123석) 모두 법안 처리를 위한 과반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38석을 획득한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쟁점법안의 경우는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쟁점법안의 처리를 위해서는 의원 5분의 3 이상(180명) 동의를 얻어야 한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합이 160석) 또는 더민주와 국민의당(합이 161석)이 합의해도 180석에는 못 미친다.
이 가운데 국민의당은 안건에 따라 새누리당, 더민주와 유연하게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3일 20대 총선 결과 발표 직후 브리핑을 통해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당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더민주-국민의당, 대기업 갑질 근절·이익공유제 '공통분모'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총선 공약을 살펴보면 경제민주화(더민주)와 공정성장(국민의당)을 각각 당론으로 제시한 가운데 대기업 갑질 근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의 정책에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양당이 결심한다면 20대 국회 개원 후 머지않아 경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다.
더민주는 총선에서 공약을 통해 시장 경제질서의 정상화를 위해 대기업들이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부당하게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잘못된 경영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더민주는 하도급 거래 시 부당한 원가산정 요구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반품 행위 등 각종 갑질 근절과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당도 '불공정한 경제구조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원재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 이를 연동하는 '납품단가 연동제'와 관련 법률을 개정해 입찰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하도급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을 총선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당은 두 공약 모두 어길 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양당은 대기업의 '갑질 근절'에서 더 나아가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업체와 나누는 '이익공유제'를 공통적으로 공약으로 내세웠다. 양당 모두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하고 인센티브 등 세제 지원을 통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최근 각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경제분야 공약을 분석한 결과 "국민의당은 경제민주화를 공식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공정경제로 표현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경제민주화를 수용하고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 새누리당-국민의당, 중소·중견기업 경쟁력 강화 '한뜻'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경제 정책에도 공통분모가 있다. 양당은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R&D 예산중 일정 부분을 배정한다는 데 뜻이 일치했다.
새누리당은 중견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견기업 전용 맞춤형 R&D 지원 프로그램 도입하겠다고 공약을 내놓았다. 2020년까지 2000억원 규모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은 국가 R&D 예산 중 중소기업에 배정되는 비율을 2014년 기준 13.7%에서 20%로 확대하고 이와 함께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국가가 연구비를 지원한 특허를 중소기업이 이용할 경우 상업화 후 이익발생 단계에서 특허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오는 5월 30일부터 20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다. 식물 국회,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던 19대와 달리 총선에서 보여준 '3당이 협치해서 경제를 살리라'는 민심을 20대에서는 어떻게 반영할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윤애 기자(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