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주요 산유국 회의가 동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당초 저유가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마련됐던 회동은 가파른 유가 급락세를 초래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동에 참석하지 않은 이란이 참여하지 않으면 동결 합의를 할 수 없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요구에 결국 회의가 결렬됐다.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등 총 18개 산유국이 모인 이날 회의 초반만 하더라도 합의문 초안에 산유국들이 지난 1월 수준의 산유량을 오는 10월까지 동결하자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란 보도가 나오는 등 합의 도출 가능성이 고조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저녁까지 이어진 연장 회의에서 사우디 측이 이란의 참여 없이는 동결 합의를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집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이란은 이번 회동에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하메드 빈 살레 알-사다 카타르 에너지장관은 "추가적인 논의를 위해 우리 모두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며 오는 6월 비엔나에서 열릴 OPEC 회동까지 참여국들이 개별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동에서 유가에 호재가 될 만한 결론이 나올 것이란 기대는 애초에 없었지만 합의 무산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서 유가 하락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WTI 한 달 추이 <출처=블룸버그> |
석유시장 자문업체 페트롤리엄 폴리시 인텔리전스 최고경영자(CEO) 빌 페런프라이스는 석유 수출업체들의 합의 기대가 상당했었는데 합의 무산으로 "상당한 실망감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회동 불참은 이미 오래 전 예고된 사안이고, 사우디를 비롯한 참여국들이 합의 실패 시 시장 혼란 가중이라는 결과가 초래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회동을 밀어 부쳤는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런던소재 시장리서치 업체 에너지 에스팩츠 애널리스트 리차드 맬린슨은 "(이번 합의 무산은) 산유국 회원국들 간 소통이 그만큼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도하회동 무산 소식이 전해진 뒤 18일 아시아 거래 초반 국제유가는 한 때 6% 넘게 밀리며 급락세를 연출 중이다.
한국시간 기준 18일 오전 8시16분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5.3% 하락한 배럴당 38.2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브렌트유는 5.43% 떨어진 40.76달러를 기록 중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