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사상 최악의 업황을 겪고 있는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조만간 3000여명 가량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르면 다음 주중 이같은 내용이 담긴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조직 통폐합 작업 등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사무직 1500명 감축에 이은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이다.
삼성중공업도 현재 상시 희망퇴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30%가량 인력을 감축한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19년까지 인력 3000명을 감축하기로 했고, 한진중공업도 최근 60여명의 희망퇴직자를 받았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8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이들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자산매각과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여전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유가 기조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더욱이 올해 들어 선박 수주량마저 급감하며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7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7척)보다 22%가량 줄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
올 들어 지금까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포함)의 수주실적은 6척에 불과하고 삼성중공업은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각 조선소는 아직 물량이 때문에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며 "현재처럼 수주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해양플랜트의 인도가 마무리되는 내년 이후가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수주는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과거 체결했던 계약도 번번히 취소가 일어나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라며 "수주 절벽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 동안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된 해운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조선업계와 달리 해운업계는 유동성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운업은 제조업이 아닌 운송업이다 보니 재무개선을 위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해운업은 지난 2000년대 중후반 중국의 물동량 증가로 큰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감소하며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5조6000억원, 한진해운도 6조6000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자 해운업계는 용선료(선박 빌린 대금)인하 협상을 포함한 다양한 재무구조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두 회사가 지난해 용선료로 지불한 금액은 현대상선이 1조8793억원, 한진해운이 9288억원에 달한다.
미국 롱비치 터미널 <사진=한진해운> |
무엇보다 현대증권 매각과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 등의 고강도 재무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현대상선 못지 않게 대한항공 모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진해운도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졌다.
한진해운은 자구책 방안으로 그동안 1조7000억 원 규모의 전용선 부문을 매각하고 4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 한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상황도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현대상선과 다를 바 없다"며 "이제는 모기업의 지원이 더이상 어려운 상황까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최근 한진해운에 기존 자구안보다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이은 지난달 말 조양호 회장을 직접 만나 이같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말 열릴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정치권도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정(與野政) 협의체가 구성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