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 일자리를 찾고 있던 A씨는 어느날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로부터 환불 업무를 담당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A씨의 계좌로 돈이 입금되면 환불을 요청하는 타인 명의의 계좌로 돈을 이체해주는 간단한 업무였다. 제안을 받아들인 A씨는 계좌에 입금된 돈을 운영자가 지정한 계좌로 자금 이체를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A씨 계좌에 입금된 돈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입금된 돈이었고, A씨는 피해자의 신고로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됐다.
최근 이처럼 구직자를 속여 자금인출을 유도하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포통장 근절 대책 및 처벌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대포통장을 만들기가 어려워지자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사기가 늘고 있는 것.
금융감독원은 26일 올해 1분기에 발생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를 발표하고,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의 보이스피싱 근절 및 처벌 강화 대책을 악이용하는 보이스피싱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금감원은 대포통장을 거래하거나 대출사기를 저지른 사람을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해 최장 12년간 금융거래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자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이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신용정보 과다조회'로 금융질서 문란행위자로 등록돼 금융거래가 정지된다고 하면서 해제비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
또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면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척결을 위한 특별대책' 문구를 띄워 파밍(Pharming, PC를 악성코드에 감염시키고 개인정보나 금융거래정보를 탈취하는 사기 수법)사기를 유도하고 있다.
파밍사기를 유도하는 금감원 팝업창 <사진=금융감독원> |
정부지원자금 대출을 명목으로 대출금을 편취하는 경우도 있다.
대출자에게 자산관리공사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으려면 우선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 신용도를 낮춘 후 대환해야 한다고 유혹한 후, 이를 대포통장으로 입금하게 해 편취하는 것.
금감원은 출처가 불명확한 자금을 대신 인출·이체해주는 행위는 절대 하지 말것을 당부했다.
본인의 통장에서 자금을 대신 인출·이체해 준 사람도 범죄에 대한 인식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 또 대포통장 명의인이 돼 금융질서 문란행위자로 등록되면 신규계좌 개설이나 신규대출을 거절당하는 등 금융거래가 제한되므로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신용정보 조회만으로는 금융질서 문란행위자로 등록되지 않고, 등록된다 하더라도 금전 지급으로는 이를 해제할 수 없다. 포털사이트에 뜨는 금감원 팝업창 역시 파밍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악성코드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정상적인 금융기관이라면 저금리대출을 받기 위해 고금리 대출을 받으라고 요구하지 않으므로, 대출금 상환시 해당 금융회사 계좌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금감원(1332)으로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