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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금융화’ 중국으로 무대 이동

기사등록 : 2016-04-28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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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억벌 청바지 제조 물량 하루에 거래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주요 상품 가격이 경제 펀더멘털보다 자본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이른바 ‘원자재 금융화’의 주무대가 선진국 선물옵션 시장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90억명 분량의 청바지를 생산할 수 있는 면화가 중국에서 하루만에 거래되는가 하면 철강을 포함한 일부 금속 원자재의 거래량이 중국의 연간 수입 물량을 웃도는 것은 예사다.

올해 원자재 가격의 등락을 중국이 쥐락펴락하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아니지만 경제 펀더멘털이 아닌 투자자들이 핵심 세력이라는 사실에 투자자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칭다오 항에 수입된 철광석 <출처=신화/뉴시스>

2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저우 상품거래소에서 최근 일간 면화 거래량이 4100만 베일(꾸러미)에 달했다.

이는 약 90억벌의 청바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전세계 인구에 최소 한 벌씩의 청바지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분량의 직물이 하루만에 거래됐다는 얘기다.

이는 런던과 뉴욕 상품선물거래소의 하루 거래량인 330만베일에 비해 현격하게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던 면화 가격은 수직 상승, 최근 4거래일 사이에만 19% 폭등했다.

상황은 다른 상품도 마찬가지다. 최근 골드만 삭스는 중국의 원자재 투기 거래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철광석 선물 하루 거래량이 연간 수입 물량을 넘어서자 시장 과열 및 가격 거품을 경계한 것이다.

이 같은 원자재 금융화 문제는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정책자들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거래 수수료 인상 등 다양한 묘책을 동원했다.

앞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2007년말부터 2008년 사이 유가 폭등이 투기 거래자들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배럴당 145달러 선까지 뛴 유가는 미국 금융위기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폭락했다.

최근 중국에서 벌어진 투기적 거래는 부양책으로 초래된 과잉 유동성과 무관하지 않다. 디폴트 상승으로 인해 채권 투자 매력이 꺾인 한편 중국 증시 역시 최근 1년 사이 30% 떨어지자 고수익률에 목마른 자금이 상품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을 포함한 일부 중국 경제 지표 개선과 연초 지구촌 금융시장 대혼란의 진정도 상품시장 과열에 힘을 보탠 것으로 해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원자재 거래 폭증이 단순한 자본 로테이션이라고 판단했다.

스콧 호버트 HFZ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베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며 “단기 리스크와 단기 트레이딩에 주력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류 치아난 갤럭시 퓨처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거의 전품목에 걸쳐 상품 투기 거래가 활발하다”며 “단기 과열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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