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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의 분노…옥시의 늦은 사과

기사등록 : 2016-05-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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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연대 분노에 기자회견 중단되기도…"사과 받을 수 없다"

[뉴스핌=함지현 기자] "'너희 자식을 죽인 건 너희가 아니라 우리 옥시다'라고 사과를 해야합니다. 애기 한 번 잘 키워보려고 매일 저들이 판 살균제를 가습기에 넣으면서 내 손으로 내 아이를 4개월 동안 서서히 죽였습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만 1살짜리 자식을 중환자실에서 떠나보낸 최승운 씨는 자신의 손으로 자식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다시 밀려온 듯 울먹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평범한 아버지였던 그는 자식을 하늘로 보낸 뒤에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사과도 없던 옥시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 도중 고개숙여 사죄하자 한 피해자 부모가 물건을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는 2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옥시의 불통에 지친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엔 너무 늦은듯 보였다.

사프달 대표가 단상에 올라 단상에 올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속한 보상을 약속하던 시점에 흰티 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연단으로 걸어올라갔다.

가습기 피해자 유가족으로 짐작되는 그 사내는 "처음부터 사과를 했어야지! 지금이 아니라! 당신이 내 아이들을 죽였다!"고 소리쳤다. 함께 단상에 오른 다른 남성은 갖은 욕설을 퍼부었고, 휠체어에 앉은 어린 남자 학생을 데리고 온 한 여성도 비명을 지르며 사프달 대표를 쏘아붙였다.

하지만 사프달 대표가 할 수 있는 말은 오로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뿐이었다.

이내 기자회견은 중단됐다. 욕설은 더욱 거세졌고 그럴수록 사프달 대표의 고개는 연신 바닥을 향했다.

계속 사과의 뜻을 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사프달 대표의 말에 따라 발표가 재개돼 피해보상안과 인도적 기금활용안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기 전 다시 단상에 올라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피해자들이 100번 넘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옥시측이 연락을 받지 않다가 검찰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이 되자 수사를 면피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사과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교체될 한국 대표보다는 영국 본사에서 이번 사태를 책임질 것을 주문하기도 했지만 이 자리에 영국 본사 직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프달 대표는 이들로부터 전화번호를 받고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나도 아이가 있는 아버지다"라고 말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말했지만 피해자 가족을 달랠 수는 없었다.

결국 유가족들은 사프달 대표가 자리를 비운 단상에 올라 수사면피용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으니 피해자 한 명 한 명을 찾아 진심어린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한국에서의 철수·폐업을 주문하기도 했다.

옥시측이 예정됐던 시간을 핑계로 기자회견을 급히 마무리짓고 사프달 대표가 도망치듯 빠져나간 기자회견장에 남은 사람들도 유가족 연대였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족들로 주로 이뤄졌다는 이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사프달 대표는 옥시의 사과가 5년이나 늦어진 이유가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을 마련할 준비 시간이 필요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옥시측은 그러면서 두 가지 보상안을 제시했다.

먼저 1등급과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7월까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며, 피해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종안은 피해자들과 협의해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를 위해 지난 2014년에 출연한 50억원과 지난달 발표한 추가 50억원 등 총 100억원으로 조성된 인도적 기금을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다만 5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구체화된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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