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한국은행이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서 '한국판 양적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으로는 수출입은행에 대한 직접 출자나 산업은행의 조건부 자본증권 매입이 유력하다. 정부는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4%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은행의 최소 4조원 출자를 원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본점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3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판 양적완화 방안으로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및 수출입은행채권(수은채)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거론된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재정이나 한은 출자를 통한 자본금 증자와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 및 한은 매입이 가능하다.
우선 재정을 동원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적자 재정상 여력이 크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현금 출자와 현물 출자가 있는데, 현물 출자는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가능하지만, 현금 출자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결국 '혈세 투입' 논란이 예상되는 것도 부담이다.
반면 한은의 발권력 동원은 상대적으로 쉽다. 중앙은행 정체성 논란과 특혜시비, 시장교란 단점이 있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이상 물꼬는 텄다는 관측이다.
일단 한은이 산금채나 수은채를 인수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산금채는 굳이 한은이 아니더라도 시장에서는 '못 구해서 난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화하는 게 문제가 없다는 평이다.
특히 한은이 산금채를 매입하려면 정부 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국회 동의를 받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 이는 애초 지난 총선에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공약으로 제안했던 사안으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반대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산업은행의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을 매입하는 방식도 있다. 조건부 자본증권은 유사시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채권으로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인정된다. 다른 방안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금융위는 "산업은행의 조건부 자본증권을 한국은행이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법은 현행 법률상 가능하나, 인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법 76조1항은 한은이 매입할 수 있는 채권 종류를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 보증을 하면 한은이 산은 코코본드를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이 직접 산은과 수은의 자본금을 늘려주는 방안도 있다. 한은은 이미 지난해말 기준으로 13.1%의 지분을 갖고 있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산은 출자 가능 여부는 논의가 필요하다. 산은법 5조는 정부가 100분의 51 이상을 출자한다고 돼 있어 49%를 누가 출자할 수 있는지 규정이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은출자의 경우 필요시 산은법 개정 등을 통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수은의 BIS비율은 10.11%로 국내은행 최하위다. 3월말이면 금융당국 최소 권고 사항인 1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기간 산은 BIS비율은 14.28%이다. BIS비율 1%포인트를 끌어올리기 위한 자본은 산은이 2조4000억원, 수은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