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선형 기자]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에 대한 점검을 하겠다'며 카드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금리 원가 산정의 적정성 요구'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가격 개입이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6일 금융감독원은 ‘제1차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과제’의 일환으로 대출금리 산정 체계 합리화, 채무·유예서비스 불완전판매 개선, 리볼빙 영업 개선 등이 포함된 8가지 카드사 불합리한 영업 관행 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 중 가장 핵심은 ‘대출금리 산정․운영 체계의 합리화’다. 그간 카드사 자율에 맡겨왔던 대출금리 산정을 금감원에서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의 평균 대출금리를 살펴보면, 단기대출인 현금서비스의 경우 대략 6.14~27.5% 수준이다. 장기대출인 카드론 역시 5.9~25.9%에서 움직인다.
금감원은 그동안 카드사에 현 수준에서 좀 더 내리라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류찬우 금감원 부원장보는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로 일부 카드사들의 금리가 내려가는 추세”라며 “이번 점검 등으로 카드사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류 부원장보는 "다만 대출금리 인하를 목표로 이번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앞으로 카드사의 대출금리 산정방식을 문서화하고, 금리 산정·운영 등 점검시스템을 마련토록 하는 등 당국에 실시간 보고토록 해 카드사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하 압박까지 받게 돼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가격개입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에 이어 2번째 가격개입이나 다름없다”며 “말은 자율에 의한 개선이지만, 사실상 대출금리 인하를 하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카드사는 올해 금융당국의 원가 재산정 방침에 따라 중소·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종전보다 최대 0.7%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수수료수입 6700억원의 감소가 예고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카드사의 대출금리가 인하되게 되면 조달금리가 높은 중소형사는 마진이 축소돼 수익성이 더 떨어질 것이고, 대형사와의 수익성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 내 퇴출되는 카드사가 분명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금감원은 대출금리 산정 외에도 채무면제·유예 상품(DCDS)의 마구잡이식 가입을 철폐하고, 불완전판매로 고객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카드사에 적극 개선을 지시했다. 또 신용정보보호서비스 안내를 강화하고 이용절차를 강화토록 했다.
이밖에도 개선안에는 ▲카드모집 관련 불고객정보 관리 강화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영업 관련 안내 강화 ▲소멸포인트 사용 활성화 방안 마련 ▲가맹점 등록 및 관리 강화합리한 관행 개선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8개 과제별 개선방안을 올해 말까지 자율이행토록 권고했다”라며 “카드사들이 자율적으로 개선방안을 이행하지 않거나 미흡할 경우 관련 영업행태에 대한 준법성 검사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