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주오 기자]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세로 전환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수년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며 지난해 69.2%까지 줄였으나, 올들어 다시 늘어나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제철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일감을 늘린 결과 내부거래 비중이 70%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대기업 집단에 속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대상이었지만 작년 초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을 30% 미만으로 낮춰 규제에서 자유로워졌다.
17일 현대글로비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현대글로비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한 3조762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증가는 내부거래가 이끌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2조708억원(기타수익 제외)의 매출을 거뒀다. 작년과 비교해 3000억원 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특수관계자의 비중도 70.7%에서 71.5%로 0.7%p 증가한 것이다.
이는 예고된 결과다. 올해부터 현대·기아차의 수출 물량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고 그룹 계열사의 해외 사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올해 1분기 현대·기아차와의 거래에서만 발생한 매출이 1조965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 관련 매출은 38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36억원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아차 멕시코 공장 등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 시공을 주로 맡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몇 년간 제3자 물류 확대를 통해 내부거래 비중 축소에 주력해왔다. 연간 기준으로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2년 84%에서 2013년 75%로, 2014년 71.8%, 2015년 69% 등 꾸준히 줄었다.
이 결과, 현대글로비스는 규제 대상에서도 자유롭게 됐다. 현대글로비스처럼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일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내부거래가 엄격히 규제된다.
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대기업 계열사는 특수관계인(지배주주 및 그 친족)이 보유한 지분이 일정치(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회사와 거래해 해당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됐다.
해당 규제로 제재를 받은 첫 사례가 공교롭게도 범현대가인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HST와 쓰리비가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렸다. 특히 쓰리비는 현대로지스틱스와의 거래를 통해 매출액의 94%를 창출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밑돌아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작년 초 정 회장 부자가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중 일부(13.39%, 1조1576억 상당)를 매각하면서 오너가의 지분율이 29.9%로 낮아져서다.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4, 5공장 완공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에 따라 해외 시장에서 그룹 계열사의 수요 증가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내부거래를 축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기간에 비계열사 일감을 확대할 수 있는 인수합병(M&A)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4년 유럽 자동차 물류 업체 아담폴을 인수한 뒤 M&A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올초에는 현대상선 인수 후보자로 유렵하게 꼽혔으나 "시너지가 없다"며 일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내부거래 물량이 늘어남에도 지속적으로 해외 비계열 물량을 확보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