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이 대만 경제의 잠재적 위험은 차이잉원 총통의 정치적 행보가 아니라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전자부품 기업들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대기업들과 협력을 맺고 있는 애플의 부진이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9일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JP모간자산운용과 블랙록은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이 총통으로 취임함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 등 경제 악영향이 우려되지만, 더 큰 위험은 경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 산업과 또 이들과 협력을 맺고 있는 애플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 분석을 소개하면서 그 배경이 대만의 경제 구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만 경제는 수출이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반은 전기 장비와 기계류 업종이 차지한다. 또 여기에는 애플의 주요 협력사인 홍하이정밀공업과 대만반도체제조회사(TSMC)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의 성장 부진에 대만 경제가 '휘청'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애플 주가와 함께 움직이는 대만 증시
경기 전망에 선행한다는 증시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대만 대표지수인 가권지수와 애플의 주가는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와 애플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지난 3월 애플의 주가는 3년 만에 최대 월간 상승률을 나타냈는데, 당시 대만 증시에는 해외 펀드자금 50억달러가 유입되며 그 금액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기준, 애플의 주가는 13% 하락한 상태이며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은 220억달러 순유출됐다.
JP모간자산운용의 하워드 왕 매니저는 "전자 업계의 성장 전망이 대만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특히 애플의 전망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이잉원과 관련한 부정적 이슈는 애플의 아이폰7이 선전한다면 쉽게 해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애플 판매 부진 '충격'
전문가들은 애플의 주력 품목 중 하나인 스마트폰을 비롯해 글로벌 전자 산업이 하향 흐름을 타게 됨에 따라 대만 산업이 위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대만 성장의 밑바탕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주도의 산업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애플은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매출액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TSMC와 홍하이정밀그룹의 1분기 실적도 줄었다. 애플을 비롯해 퀄컴, 화웨이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TSMC는 지난 4월 올해 스마트폰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대만 최대 노트북 업체인 에이서와 콤팔 일렉트로닉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만 증시에 비중 축소를 고려한 블랙록의 앤드류 스완 아시아증시 부서장은 "기술 산업의 신제품 개발 실패는 대만 기업들에 부정적이다"고 전망했다.
한편, 20일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은 제 14대 총통으로 정식 취임했다. 이에 대해 메뉴라이프자산운용의 스티비 주 증권부장은 "차이잉원 총통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차이잉원 총통은 경제와 사회 이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블룸버그통신> |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