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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지현 기자] #서울 대치동에 거주하는 백모씨(27)는 얼마 전 출근 준비를 서두르다 지갑을 깜빡 잊고 나왔다. 현금도 한 푼 없고 카드도 없어 불안했지만, 다행히 모바일 교통카드가 있어 무리 없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출근을 해 점심이나 커피값을 결제할 때도 핸드폰에 설치된 앱페이로 더 편리하게 결제가 가능했다. 퇴근길, 백씨는 이번 주말 지방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에게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대신 카카오톡을 이용해 축하 메세지와 함께 축의금을 보냈다.
'현금의 종말'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카드가 현금을 대체하던 시대를 넘어,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가 새로 등장하면서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전국 19세 이상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이 평소에 갖고 다니는 현금 규모는 7만4000원으로, 2014년(7만7000원) 대비 3000원 감소했다. 현금 대신 카드나 모바일을 이용한 상품 대금 결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한국은행 2015 지급결제보고서> |
실제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결제 건수 기준 신용카드 이용률은 39.7%로 현금 이용률(36.0%)을 넘어섰다. 게다가 체크·직불카드 결제 건수 비중이 14.1%, 선불카드가 6.0%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카드 결제는 현금 결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카드와 모바일이 만난 모바일 결제 시장이 성장하면서 현금의 종말을 더욱 촉진하고 있는 모양새다.
모바일 기기로 온·오프라인 결제를 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4분기 기준 4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7조4000억원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원인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모바일 카드 사용에 있었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실물(플라스틱카드) 없는 모바일 단독 카드의 발급을 허용했고, 8월에는 삼성페이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모바일 카드 시장이 급성장한 것.
실제 삼성페이는 지난해 8월 출시된 이후 9개월만에 국내 누적 결제 금액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온라인에서 주로 사용되던 모바일 카드를 기존 신용카드 결제기가 있는 오프라인 유통점에서 사용 가능토록 한 것이 실적 증가의 주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삼성페이 출시 이후 온라인 상에서의 송금과 결제를 주로 하던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도 최근 오프라인 카드사들과 제휴를 맺고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등 사업 영역을 온·오프라인 모두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전자금융팀 관계자는 "최근 1년 내 모바일 금융 서비스 이용을 시작했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한국은행도 '동전없는 사회' 만들기에 나서면서 현금없는 사회가 한층 현실로 다가온다. 한국은행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동전 거스름돈을 카드에 충전하는 식으로 사업을 구현할 예정이다.
이는 동전 사용을 줄여 화폐 제조 비용을 줄이겠다는 시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6조원 가량의 지폐와 1032억원의 동전을 발행하는 데 든 화폐제조 비용만 해도 1480억원에 달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현금없는 사회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스웨덴은 소매업종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입안됐고, 프랑스는 1000유로(약 133만원)가 넘는 물건은 현금으로 살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송은영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결제연구팀 과장은 "우리나라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소액결제에서도 카드 등 비현금 결제가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신용카드 뿐 아니라 체크·직불카드나 전자화폐 등 다양한 비현금 결제 수단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현금이 점차 사라짐에 따른 일부 계층의 소외현상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소득층이나 고령층은 현금을 여전히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실제 50대의 현금 보유 규모는 8만5000원으로 20대 5만원에 비해 50%이상 높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전 연령 및 계층이 현금 외에도 다양한 결제 수단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