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집주인이 전셋값을 2년만에 20%를 올려서 반전세로 가거나 다른 전셋집을 알아볼 계획입니다. 집 살 생각은 없어요. 집값이 꼭지에 앉았는데 지금은 매입할 시기가 아닌 것 같아서요"
주택 거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가시화된 지난 10월 이후 좀처럼 거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전셋값이 46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세 수요의 매매 이동은 찾기 어려운 상태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3만4999건으로 전년 동기 5만4598건에 비해 1만9599건(35.9%) 줄었다.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1만1537가구를 기록한 이후부터 줄곧 곤두박질치고 있다. 특히 올 2월에는 4935가구를 기록해 최근 2년 이내 가장 낮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올 3월부터 거래가 증가하고 있지만 예년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3월과 4월 아파트 거래량은 각각 7047건과 8583건으로 지난해 1만2972건과 1만2547건에 비해 45.7%, 31.6% 낮은 수준이다. 이달 아파트 거래량은 96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547건에 비해 23.3% 적은 수치다.
특히 전셋값이 매맷값 수준까지 오르고 있지만 전세수요의 매매 전환은 더디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가시화했던 지난 10월 이후 오히려 전 ·월세 거래량은 반짝 상승했다. 지난해 9월 1만1492건에서 10월 1만4572건으로 3080건(26.8%) 는 것. 아파트 매매 거래가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아파트 전·월세 거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강남구에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은 여전히 전세를 찾고 있다"며 "심지어 아파트 매맷값이 전셋값의 80~90%에 육박해도 매매수요는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통상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으면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이 같은 움직임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 불확실성으로 수요자들이 선뜻 아파트 구매에 나서지 못하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조사 이래 처음으로 75%에 도달했다. 서울 강북은 전국 평균(75.2%)을 웃도는 77.7%로 나타났고 강남은 72.6%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세가율이 80%대를 넘은 지역도 늘고 있다. 지난 2월엔 성북구와 성동구가 유일했지만 이달 들어 구로구(81.2%), 중구(80.1%), 동작구(80.0%)가 80% 대열에 합류했다. 대다수 자치구 전세가율은 70%를 넘은 상태다.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됐거나 1개동 짜리인 '나홀로 아파트'와 같이 투자가치가 낮은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투자가치가 있는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도 높은 전셋값 비율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2차아이파크’ 전용면적 102㎡ 전세가는 8억6000만원으로 매매가격 9억5000만원의 90%에 육박한다. 강남구의 아파트 전세가율 72.6%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용산파크e-편한세상’ 전용면적 84㎡의 전세가율도 86% 수준이다. 전셋값 6억원으로 매매가격 7억원과 차이는 불과 1억원 정도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전세가율이 높은데 반해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지난해보다 주택 매매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주택 담보 대출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 및 과잉 공급에 따른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