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이 국제무역기구(WTO)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장승화 WTO 상소위원의 연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장승화 위원을 비롯한 상소위원들의 판결을 문제 삼으며 정치적 개입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장승화 WTO 상소위원 <사진=WTO> |
지난 30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주 한국인인 장승화 WTO 상소위원의 연임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WTO 회원국들에 밝혔다.
미국은 이와 관련 "미국과 관련한 3건과 다른 소송들에서 WTO 상소위원들의 결정은 추상적이었으며 도를 지나쳤다"면서 "위원들이 관심 있다는 이유로 특정 주제를 추구하거나 추상적인 논의를 하는 건 상소기구의 역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현재 WTO의 상소위원은 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위원의 임기는 4년이다. 또 통상 한 번은 연임할 수 있다. 다만 연임하려면 WTO 분쟁해결기구 회원국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장승화 상원위원 연임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연임은 사실상 불투명하게 됐다.
서울대학교 로스쿨 교수인 장승화 상원위원은 2012년에한국인 최초로 WTI 상소 위원으로 선임됐으며 이날로 임기가 종료된다.
WTO는 1995년에 만들어진 국제 무역분쟁 기구로 국제 기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 기구로 평가받는다. 이 가운데 상소기구의 결정은 최종적인 권한을 갖아 분쟁 당사국들은 그 결정을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다.
신문은 미국의 연임 반대가 WTO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중국과 대규모 무역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상소기구가 중국에 '시장경제지위(MES)' 부여 여부를 놓고 결정을 내리는 시기에 나온 것이어서 파장은 더욱 크다.
MES는 정부가 아닌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는 체제를 갖추었다고 교역국이 인정하는 것으로, 중국이 MES를 획득할 경우 미국과 유럽은 염가에 들어오는 중국의 수입품들을 막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중국과 통상 분쟁을 하고 있는 미국이 상소위원의 연임을 가로 막아 상소기구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럽연합(EU) 등 WTO 회원국들은 "(미국의 결정은) 상소기구의 독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전체 분쟁 시스템에도 마찬가지다"고 비판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그레그 섀퍼 교수는 "미국의 행동은 순수하게 법적으로 처리돼야 하는 문제에 대해 정치를 주입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이는 미국을 마치 약자를 괴롭히는 불량배(bully)처럼 보이게 했다"고 비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